[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경제·금융당국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정책 조기 전환을 일축한 데 대해 긴밀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경제부총리 "자본시장 근본적 체질 개선"
이창용(왼쪽부터)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관계기관 합동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새벽(한국시간) 미국 FOMC의 금리동결 결정에 따른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최 부총리를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가 축소되면서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금번 FOMC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주요국 금리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미 연준은 이번에 4차례 연속 정책금리를 동결(금리 상단 5.5%) 하면서도 성명서를 통해 물가 목표 달성에 대한 더 큰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 금리 인하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하가 예상되지만 3월 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금융시장의 안정적 관리와 함께 자본 시장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해 정책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미흡한 주주환원과 취약한 지배구조를 개선해 우리 증시의 매력도를 높여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도록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사주 제도개선, 불법 공매도 근절 등의 후속 조치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국내 투자자의 자산형성과 자본시장 수요 촉진을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ISA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등 관련 법 개정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유의"
한국은행도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미 FOMC 결과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습니다.
유 부총재는 "연준이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결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계속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 부총재는 "이번 FOMC에서 연준은 향후 정책금리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조기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이어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보다 높은 수준에서 고착될 위험을 언급하면서 금리인하를 위해서는 물가가 목표수준에 안착할 것이라는 더 강한 확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한은은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주가가 하락하고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으며, 국채금리는 고용비용지수 예상치 하회, 지역은행 위기 재발 우려 등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상목(오른쪽부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원장도 같은 날 금감원 본원에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PF대출 관련 연착륙 조치들을 차질없이 시행하고 대내외 불안 요인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올해 초 자금시장 여건과 관련해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가 지난해보다 큰 상황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순발행 기조가 유지되고 크레딧 스프레드는 축소되는 등 전반적으로 원활한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대내외 잠재리스크 요인에 따라 자금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으므로 신용경계감이 있는 PF-ABCP, 여전채 등을 중심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경계심를 유지했습니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번 대비 상향 조정했다"면서도 "중국 경기회복 지연과 홍해사태에 따른 물류차질 등이 우리 경제와 국내 PF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속적으로 (리스크를) 분석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증시와 관련해서는 "국내증시가 여타 주요국 대비 저평가된 상태이나, 외국인 투자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내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는 등 국내 증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는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투자자 신뢰 제고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대책이 현장에서 조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밀착 모니터링·점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