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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한다더니…우리금융 임종룡 취임 첫해 '꼴찌 굳히기'
은행 의존구조 한계…부진 탈출 실패
입력 : 2024-02-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취임 첫 해 성적표가 참담합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사이에서 3위와 격차가 더 벌어진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임 회장은 '관치 논란'을 무릅쓰고 지난해 우리금융 회장으로 내려왔지만 이렇다 할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임 회장이 전 계열사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달라"고 주문한 이후 줄줄이 1등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은행 수익 비중이 100%에 육박하는 수익 구조상 올해도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당기순익 전년비 20%↓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2조51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급감했습니다. 금융지주 공통으로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상생금융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어느 정도 순익 감소가 예상됐지만 우리금융의 경우 경쟁사 대비 실적이 대폭 하락했습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 가운데 우리금융은 '순익 3조원 달성' 실패는 물론, 4위 자리를 유지하기도 버거워 보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실적 결산 전인 KB금융은 4조8206억원, 신한금융은 4조5708억원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년 대비 실적이 조금 개선되거나 보합 수준입니다. 
 
반면 우리금융의 경우 경쟁 그룹사와의 실적 격차는 더 확대됐습니다. 3, 4위 경쟁을 벌여 온 하나금융지주와의 연간 순이익 격차는 9000억원 수준으로 벌어졌습니다.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4.2% 증가한 2조9779억원입니다.
 
우리금융의 실적 부진은 이미 예견됐습니다. 임 회장은 작년 연말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2023년은 기업문화 혁신, 기업금융 명가 부활, 상생금융 실천 등 변화의 첫 발걸음을 시작한 한 해였지만 실적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있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우리금융에는 증권, 보험사가 없는 상황으로 은행 의존도가 90%가 넘는데요.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굵직한 인수합병(M&A) 성과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 사이 경쟁 금융그룹들은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협업으로 국내만 아니라 해외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11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다가 이를 중단했는데요. 인수 가격을 놓고 이견이 크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부실 우려가 높은 저축은행 인수를 놓고 이견이 상당했습니다. 유안타증권과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중형 증권사 인수를 타진해 왔으나 모두 무산된 바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6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증권사가 인수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출근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적자' 소형 증권사까지 검토
 
우리금융의 부진한 실적을 뒤로 하고 이날 실적 발표회의 이슈는 증권사 M&A였습니다. 우리금융은 최근 M&A 시장에서 증권사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기존 우선순위로 검토했던 중형사 대신 소형사로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우리금융은 "규모에 상관 없이 현재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모든 증권사가 인수 검토 가능 대상"이라며 "최근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는 증권사(포스증권)도 잠재 매물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포스증권을 인수하더라도 우리금융 자본비율에 영향이 거의 없으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증권의 전신인 펀드슈퍼마켓은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을 위한 펀드 판매 채널 다변화와 투자자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펀드를 판매하고자 2013년 설립됐는데요. 설립 당시 펀드슈퍼마켓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S클래스 펀드' 독점 사용을 허가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내리면서 경쟁력이 약해지고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출범 이후 3년간 적자를 지속하는 등 자본잠식에 빠져 2018년 매각에 나섰고 한국증권금융이 대주주로 올라섰습니다. 포스증권은 이후 줄곧 적자행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우리금융이 M&A 시장에서 쓸만한 매물을 찾기 어렵자 소형 증권사까지 입맛을 다시는 모습인데요. 전략을 바꾸더라도 걸림돌은 여전합니다. 그간 우리금융은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인 중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인수를 고려한 반면 한국포스증권이 소규모 증권사이기 때문에 인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인수 주체인 우리종합금융은 이미 자기자본 1조원이 넘기 때문에 중형 증권사를 인수해 종합투자사업자 인가를 곧바로 획득하는 등 빠른 성장을 목표로 했는데, 이런 계획이 틀어지게 된 셈입니다.
 
포스증권을 인수하더라도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단기간 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포스증권을 인수해 키운다고 하더라도 정상화한 다음에 실적 효과를 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임 회장이 임기 반환점을 앞둔 상황에서 성과에 급급한 측면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익이 2조51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하락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진=우리금융지주)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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