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시각은 아직 규제 중심입니다. 미국처럼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입니다. 가상자산업계는 규제 일변도의 법안일지언정 관련 법과 규정이 마련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규제 수위가 높아 생기는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합니다. 증권업계에선 국내에 가상자산 ETF가 생기지 않는 한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도 어려울 거란 시각입니다.
7일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19일 시행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관련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령', '가상자산업감독규정' 제정(안)을 마련하고 지난해 12월11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입법예고했습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와 처벌 관련 조항이 대부분일 정도로 규제 일변도입니다. 주요 내용은 △가상자산 이용자의 자산 보호 △가상자산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가상자산시장 및 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및 제재권한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시행령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자산인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 등을 담고 있습니다. 사업자는 이용자의 가상자산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해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데요. 구체적으로 가상자산(경제적 가치)의 80% 이상입니다.
또한 사업자는 해킹·전산장애 등 사고 책임에 대비, 보상하기 위해 인터넷과 분리해 보관하는 가상자산을 제외한 나머지 가상자산의 5% 이상에 상당하는 금액을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했습니다.
이용자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맡긴 예치금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 관리하도록 했는데요. 시행령(안)에서는 은행을 관리기관으로 정하고 구체적인 관리방안도 규율했습니다.
이외에도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등이 금지되며 위반시 형사처벌되거나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형사처벌은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액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입니다. 부당이득액이 50억원을 넘으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감독·검사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조사·조치 권한도 법률에 규정했습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보호법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감독하고 업무와 재산 상황을 검사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금융감독원이 맡는데요. 이용자보호법을 위반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 금융위는 영업정지, 시정명령, 고발 또는 수사기관 통보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7일 20개 가상자산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원장은 이들에게 철저한 규제이행 준비와 이용자보호, 시장 자정을 위한 자발적 노력을 당부했습니다.
금감원은 법 시행에 맞춰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차질 없는 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이날 규제이행 로드맵도 발표했습니다. 사업자들이 4월까지 규제 이행을 위한 제반사항을 준비할 수 있도록 자체점검·현장컨설팅·시범적용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 원장은 "감독당국은 법 시행 후 위법사례가 발견되면 중점검사 등을 통해 엄중히 대처할 예정"이라며 뒷돈상장, 시세조종, 유통량 조작 등 불공정·불건전 행위로 인한 이용자 피해는 시장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과, 이용자 보호에 대한 업계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습니다.
또 시장에 만연한 코인리딩방, 불법투자자문, 유사수신 등을 근절하지 않고서는 신뢰 회복과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는데요. 이 원장은 법 테두리 밖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업계에서도 감시체계를 적극 가동해 시장질서 회복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시장에 대해 강력한 규제 장치를 마련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입니다 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간 온도차는 있겠지만, 업비트나 빗썸 등 큰 거래소는 이해하면 되는 부분이고 규제를 따르면 돼 규제로 인한 어려움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업권법이 빨리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선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중소형 거래소들은 고충이 있다는 현실도 전했습니다. 그는 "중소형 거래소들는 보험이나 준비금 마련 같은 규제를 이행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외부에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예치해야 하는 규정 등은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본적인 제도는 마련됐지만 이로써 가상자산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ETF 거래가 금지된 것을 예로 들며 가상자산 투자가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엄두도 못낼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증권업계에선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ETF 거래가 허용되려면 국내에서 먼저 비트코인 ETF가 허용돼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한 증권사 가상자산 전문가는 "가상자산 관련법이 곧 시행될 텐데 이용자 보호 목적이 강해 시장이 변하는 느낌은 없다"며 "코인 발행 등 관련법이 정비되고 나서 국내에서 비트코인 ETF 출시가 가능한 시점은 돼야 비트코인 현물ETF 거래도 풀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금융위는 이달 안에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한 가상자산거래소의 이상거래 감시, 금융당국 조사, 고발·수사기관 통보, 과징금 부과 등 제재의 심의와 의결에 관한 세부내용과 절차를 규정하는 '가상자산조사업무규정'을 제정예고할 계획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