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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공매도 외국인 처벌 언제쯤
증선위 최대규모 과징금 '부족'…검찰수사 진행 중
입력 : 2024-02-1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행위가 적발된 글로벌 투자은행(IB) BNP파리바와 HSBC에 대한 형사처벌을 추진 중이지만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의성 입증이 어렵기 때문인데요. 과거 헤르메스와 '도이치 쇼크' 때도 형사처벌까지 가진 못했습니다. 
 
이복현 "외국인 끌고와서라도"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에 대한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올해 금감원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글로벌 IB의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수탁 프로세스, 불법 공매도 인지 여부 등을 집중 점검 중입니다.
 
지난해 10월 금감원은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 IB 두 곳이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한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두 회사는 소유주식을 중복 계산하거나 차입이 확정되기 전 매도하는 등 장기간에 걸쳐 관행적으로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습니다. 이들이 거래한 종목은 카카오(035720)호텔신라(008770) 등입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BNP파리바, HSBC에 대해 과징금 265억원을 부과했습니다. 과징금 제도 도입 후 최대 규모입니다. 검찰에도 고발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후에도 금감원은 지난달 글로벌 IB 2개사의 540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를 추가로 적발했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형사처벌도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에 있는 사람들을 끌고와서라도 형사처벌할 수 있게 수사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21년 4월에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불법 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과징금을 강화하는 등 행정처분에 나섰지만 국내 시장을 놀이터처럼 이용한 글로벌 IB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할지 관심이 모입니다. 글로벌 IB 임직원 대부분이 외국인이지만 금감원장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터라 외국인이 첫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불법공매도 형사처벌 '0건'
 
다만 아직까지 불법 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이 0건인 것은 물론, 과거 금감원이 적발한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자본시장 불법 행위도 형사처벌까지 이어진 경우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2004년 말 금감원은 영국계 자산운용사 헤르메스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에 나서 이듬해 7월 증선위가 헤르메스를 불공정거래 행위로 검찰에 고발조치했습니다. 헤르메스의 혐의는 주가조작이었습니다.
 
당시 헤르메스는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상황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삼성물산이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적대적 인수·합병(M&A)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인터뷰 이틀 만에 보유했던 삼성물산 주식 777만2000주를 전량 매도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금감원은 영국 현지조사까지 실시했고 최종적으로 증선위가 사기적 부정거래 금지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헤르메스와 외국인 펀드매니저를 검찰에 고발한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최종 무죄판결을 내리며 주가조작 형사처벌이 무산됐습니다.
 
지난 2010년 국내 증시를 뒤흔든 '도이치증권 옵션 쇼크' 사태도 비슷한 결과였습니다. 도이치은행 홍콩지점과 도이치증권 한국법인은 2010년 11월11일 장마감 10분 전에 2조4400억원어치 주식을 대량 처분했습니다. 코스피200 옵션 만기일에 매물 폭탄이 떨어진 탓에 코스피200지수가 2.79% 급락 마감했고 국내 투자자들은 1400억원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코스피200 옵션 만기일 전날 주가 하락시 수익이 발생하는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을 대량 매수한 후 만기일에 임의로 주가를 조작해 약 449억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검찰은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차익거래부문 상무인 영국인 데렉 옹 등 외국인 3명을 기소했습니다. 외국인 주범 3명에 대해 불구속기소와 인터폴 수배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신병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지난달 17일 대법원은 도이치증권과 한국도이치증권 주식파생상품 담당상무 박 모씨에 대해 무죄를 최종 확정했습니다. 외국인 주범 3명은 2036년 8월까지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으면 공소시효(15년)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돼 처벌할 수 없습니다.
 
"공매도 고의성, 사실 짐작 수준"
 
법조계에선 과거 주가조작과 관련한 외국인 형사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불법 공매도 혐의를 받는 글로벌 IB의 외국인 임직원을 처벌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BNP파리바, HSBC 홍콩에서 적발됐지만 전 세계에서 모인 직원들이 일하는 글로벌 IB의 특성상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법조 관계자는 "범죄인 인도를 위해선 어떤 행위를 했다는 혐의가 충분히 소명돼야 하는데, 공매도가 고의였다는 부분이 우리나라에서 볼 땐 짐작밖에 안 된다"며 "검찰에서 얼마나 밝혀내느냐가 관건이겠지만 국내에 자료가 별로 없어서 생각보다 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는 한편 검찰에서 요청한다면 언제든 협조할 방침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홍콩 증권감독청(SFC) 등과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 쪽에서 SFC 자료가 필요하다면 금감원이 나서서 자료를 받아 협조하는 등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검찰,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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