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올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 전환했습니다. 금리 인하 영향인데요. 주택거래가 적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기타대출 감소폭은 줄었습니다.
"시장금리 하락 시차두고 영향"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24년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월중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98조4000억원으로 한달 새 3조4000억원 늘었습니다. 가계대출 잔액은 10개월 연속 증가세인데요. 증가 규모는 지난해 10월 6조7000억원, 11월 5조4000억원, 12월 3조1000억원으로 둔화 흐름을 보이다가 석 달 만에 다시 확대로 돌아섰습니다.
1월 중 은행 가계대출.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55조3000억원으로 한 달 새 4조9000억원 늘었습니다. 전월(5조1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은 소폭 줄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대출금리 하락에도 주택거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월과 비슷한 규모로 증가했습니다.
원지환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해 시장금리 하락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주담대 금리를 하락시킨 영향이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소폭 축소된 주담대 증가폭은 작년 하반기 축소 흐름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251조9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 줄었습니다. 연초 상여금 유입 등으로 감소했으나 분기말 부실채권 매·상각 효과가 있었던 전월에 비해 감소폭은 축소된 모습입니다.
연초 신생아 특례대출 및 대환대출 인프라가 가계대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원 차장은 "신생아 특례대출의 경우 신청금액 중 대부분이 대환자금으로 고정됐고, 대환대출 인프라 역시 대출 한도가 기존대출 잔여 이내로 제한됐기 때문에 추가 대출 등 상방압력으로 작용은 제한적이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원 차장은 "다만 은행들이 시장점유 압력이 높다보니 일반 개별 상품의 금리인하 경쟁까지 과열되는 상황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월중 은행 기업대출은 계절요인 등의 영향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모두 증가 전환했습니다. 1월말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254조4000억원으로 6조7000억원 늘었습니다.
대기업대출은 5조2000억원 확대됐는데요. 전년말 일시상환됐던 대출이 재취급되면서 운전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상당폭 증가했습니다. 중소기업대출은 1조5000억원 늘어 중소법인을 중심으로 증가 전환했습니다.
회사채는 연초 기관들의 높은 투자수요를 배경으로 기업들이 선차환 목적 등으로 발행을 늘리면서 상당폭 순발행됐습니다. CP·단기사채 또한 우량물을 중심으로 6조6000억원 순발행됐습니다.
자산운용사 수신 잔액은 961조1000억원으로 36조2000억원 증가했습니다. MMF(머니마켓펀드)는 연말 자기자본비율 관리 등을 위해 인출되었던 은행 자금이 재예치되고 국고여유자금도 유입되면서 26조1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채권형펀드 및 기타펀드도 각각 5조원, 4조7000억원 유입됐으며 주식형펀드는 1000억원 가량 감소했습니다.
2금융권 대출 감소세 주춤
금융당국이 이날 발표한 '1월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에서도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8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전월 증가폭(2000억원) 보다 확대됐습니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으며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감소폭이 축소됐는데요. 1월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3.4조원 증가해 전월(3조1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습니다.
은행권 주담대는 4조9000억원 늘어나며 전월(5조1000억원)보다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습니다. 은행자체 주담대 증가폭 확대에도 정책모기지가 크게 줄어든 탓입니다. 버팀목·디딤돌대출 등 주택도시기금은 작년 12월과 올해 1월 모두 각각 3조9000억원 늘었는데요. 보금자리론(특례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등의 정책 모기지는 감소폭이 2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연간 43조4000억원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커지자 올해 새로 부활한 보금자리론의 공급 규모를 5~15조원으로 대폭 줄였습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의 경우 2조6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전월 대비 감소폭이 3000억원 축소됐습니다. 상호금융권과 보험업권은 각각 2조5000억원, 5000억원 줄어든 반면 여전사와 저축은행은 각각 4000억원, 1000억원씩 늘었습니다.
금융당국은 "1월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소폭 확대됐으나 작년 하반기 월평균의 4분의 1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최근 은행권 자체 주담대 증가세가 다소간 확대되는 등 시장상황 등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변동가능한만큼 가계부채의 양적·질적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 시내 은행의 대출장구 모습.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