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 70% 이상이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두면서 새 이사진이 구성에 관심이 쏠립니다. 회장 입장에서는 친정체제를 구축해야 하지만, 거수기를 지양하고 다변화를 요구하는 금융당국 안팎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4대 금융, 사외이사 76% 임기 만료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금융지주들이 이사회 구성에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 입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에선 내달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가 76%에 달합니다. KB금융 4명, 신한금융 9명 , 하나금융 6명, 우리금융 6명입니다.
통상적으로 금융지주는 정관과 내부규범 등을 통해 사외이사의 최대 재임기간을 6년(KB금융의 경우 5년)으로 제한해놓고 있습니다.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으면 재임기간을 모두 채웠는데요.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사외이사 변화의 폭이 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금융지주들이 이사회 구성에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새로 선임된 회장들의 임기가 2년차에 접어든 만큼 경영진과 손발을 맞출 사외이사진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핵심 사안 중 하나는 사외이사제도 손질인데요. 금감원은 사외이사에 대한 적정 임기정책과 장단기 이사회 승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획일적인 '2+1년' 임기 정책을 새로 정비해 사외이사 임기만료가 특정 시기에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전문성·다양성 목표를 반영해 주기적인 이사회 내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임기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특히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을 손봐야 한다고 권고했는데요.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직군은 학계 37%, 금융계 22%, 관료 12%, 비 금융계 11%로 학계 중심에 편중돼 있는데요.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비중도 약 12%에 불과한 등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9명 중 7명(77%)이 학계(교수)로 구성됐고, KB금융 사외이사 7명 중에선 교수가 5명으로 71%를 차지했습니다. 하나금융 사회이사 중 교수는 4명으로 50%입니다. 우리금융만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교수 직업을 가진 사외이사가 없습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0명 가운데 23명이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사진은 4대 금융지주 외경. (사진=각 사 제공)
"겸직 안 되고 책임만 많다"
금감원은 사외이사 등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를 작성해 이사진 후보군 관리 및 신규 이사 선임에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인데요. 이사회 구성원의 전문성, 능력, 경험, 자질뿐만 아니라 성별, 연령, 사회적 배경 등 다양성 정보를 표나 그림 등으로 도식화하고, 이사회의 구성이 적절한지 평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를 영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 관계자는 "금융사에서 임원 이상을 지냈고 실무 경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사외이사를 꺼리기 때문에 교수, 연구원 등 학계 인사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사 사외이사는 소비자 보호,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영입하고 싶은 인물이 제한적인 데다 그마저도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습니다.
금융권에선 당국이 민간기업인 금융회사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사회에 대한 개입이 오히려 독립성을 해치고 정부 입맛에 맞는 의사결정을 유도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장 이번에 친정부 인사들이 금융지주 사외이사로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발표한 모범관행과 별개로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은행권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사회도 분위기를 살필 수밖에 없다"며 "친정부나 검찰 출신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1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