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넥슨 '메이플스토리 아이템 확률 조작' 관련 소비자 단체 소송이 시작됐습니다. 원고 측은 이번 사건이 게임 소비자가 낸 최대 규모 소송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이철우 변호사와 법무법인 부산은 19일 서대근씨 등 508명이 넥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환불 청구 소송의 소장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제출했습니다.
이날 서씨 등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2억5000만원입니다. 소송 대리인단은 원고들의 확률형 아이템 과금액을 약 25억원으로 추산하는데요. 다른 손해배상 사건들을 참고해 과금액의 10%를 청구하기로 한 겁니다.
사건을 수임한 권혁근 법무법인 부산 변호사는 "경우에 따라서는 금액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철우 변호사(사진 왼쪽)가 19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넥슨 '메이플스토리' 아이템 확률 조작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 배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번 소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3일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큐브'의 확률 구조와 내용을 게이머에게 불리하게 바꾸는 과정을 공지하지 않거나 거짓 공지했다며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손해 배상 청구 취지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공정위에서 지적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전자상거래법 21조1항은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가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앞서 공정위는 메이플 스토리 인기 중복 옵션 조합인 '보보보' 등이 아예 출현하지 않게 만들고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그 기간이 2011년 8월4일~2021년3월4일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들 옵션은 캐릭터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데요. 보스 몬스터에게 입히는 피해를 높여주는 효과를 줄여 말해 '보'라고 합니다. 이 잠재 옵션 세 개가 중복되는 걸 보보보라 부릅니다. 마찬가지로 몬스터 사냥 보상 아이템 확률 중복 옵션은 '드드드', 몬스터 방어율을 무시하는 옵션이 중복되면 '방방방'이라고 합니다.
공정위는 넥슨이 인기 옵션 중복 배제 사실을 공지에서 누락한 걸 넘어 '큐브의 잠재 능력에는 변경사항이 없으며 기존과 동일하게 설정된다고 거짓으로 공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중요한 사항의 변동이 있으면 그걸 이용자들에게 고지하도록 돼 있는데, 약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채무 불이행에 기인한 배상 책임이 두 번째 소송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 취지로는 "현재 대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사 소송 쟁점인 사기에 의한 계약의 취소, 그리고 환불"이라며 "넥슨이 이용자를 기망하고 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에 그 계약의 일부를 취소하고 그 계약에 따라 소비한 금액을 돌려달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리인단은 현재 형사 소송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밝혀진 내용보다 더 심각하게 법률을 위반해서 소비자를 기망하려 한 것들이 발견된다면 추후에는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소송은 그간 변방에 있던 게임 소비자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대리인단 입장입니다.
이 변호사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확률 조작을 할 경우 소비자들이 이렇게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겠구나', 혹은 '이렇게 계속 공론화시켜 나가서 문제 제기할 수 있겠구나', '이용자가 줄어들 수 있겠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넥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기한은 확률 조작을 인지한 뒤 3년이 되는 3월5일입니다. 소송 대리인단은 시효 전인 3월 4일까지 원고를 추가할 계획인데요. 향후 원고 규모는 약 1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 변호사는 "이달 말까지 계속 원고와 청구 금액이 점점 늘어날 예정"이라며 "1차(모집)만으로도 기존 소송과 비교해봤을 때 게임 관련 사건으로는 최다 원고이고 청구 액수로 봐도 게임 소비자 관련 소송에서는 가장 큰 역대 최대 규모 액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이 소송을 같이 제기하게 된 원고들의 바람 중 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