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게임사들의 실적 공개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실적이 오른 회사는 게임별 매출 구조를 밝힌 반면, 실적이 줄어든 쪽에선 작품별로 상세히 밝혀온 매출을 감추면서 외려 위기 의식을 드러내는 모습입니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은 전날까지 실적 발표를 마치고 신작 출시와 IP(지식재산권) 발굴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를 보인 건
엔씨소프트(036570)입니다. 엔씨는 2020년 1분기 실적 발표 때 2019년 분이 포함된 모바일 게임별 매출액을 공개했습니다. 이후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자료까지 게임별 매출액을 밝혔는데요. 앞서 엔씨는 2017년 6월 출시한 '리니지M', 2019년 11월 출시한 '리니지2M'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게임별 매출 공개를 시작한 바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2023년도 3분기 실적보고서의 '매출구성(게임별)' 항목. 2023년도 4분기 실적보고서엔 빠져 있다. (자료=엔씨소프트)
하지만 2023년은 달랐습니다. 영업이익이 1분기 816억원에서 2분기 353억원, 3분기 165억원, 4분기 39억원으로 내리 떨어졌습니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92% 하락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게임별 매출도 비공개로 돌아서면서, 그 이유가 저조한 실적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습니다.
이에 홍원준 CFO(최고재무책임자)는 8일 컨퍼런스콜에서 "전세계 회사에서 저희처럼 발표하는 데가 없다"며 "IR팀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엔씨는 올해 상반기 신규 IP 활용작으로 장르와 플랫폼 저변을 넓힙니다. 우선 PC·모바일 RPG '프로젝트 BSS'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난투형 '배틀크러쉬'는 닌텐도 스위치·PC·모바일 판으로 개발중입니다. 지난해 12월 국내 출시한 '쓰론 앤 리버티(TL)'은 연내 해외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네오위즈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자료. 지난 3년간 국내외 매출 비중, 대표작 국내외 매출 비중을 그래프로 만들었다. (자료=네오위즈)
반면 꾸준히 게임별 매출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를 내거나 관련 항목을 신설한 경우도 눈에 띕니다.
대표 사례가
네오위즈(095660)입니다. 네오위즈는 2023년 연간 영업이익 31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62% 오른 수치입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52% 증가한 465억원입니다.
호실적과 향후 성과에 대한 자신감은 실적 자료에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네오위즈는 여기에 '해외시장 성과'란을 새로 만들었는데요. 2021~2023년 국내외 매출 추이와 주요 게임 국내외 매출 비중을 그래프로 그렸습니다. 이전까지 자료에선 플랫폼별 매출까지만 공개했습니다.
네오위즈 해외 매출 비중은 2022년 32%에서 2023년 40%로 뛰었습니다. 이는 해외 매출이 55.1% 늘어난 영향입니다. 대표작 'P의 거짓' 해외 매출 비중은 92%, '브라운더스트2'는 74%, '고양이와 스프'는 97%에 달합니다.
네오위즈는 P의 거짓 등 자체 IP의 전 세계 팬덤 확보로 지속 성장의 기반을 확보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올해 P의 거짓 DLC(내려받는 추가 콘텐츠), 고양이와 스프 IP 활용작 세 개, '빨간 머리 앤' 소재 모바일 퍼즐게임 '오 마이 앤' 등 9개 작품을 출시합니다.
넷마블 2023년 4분기 실적 발표 자료. (자료=넷마블)
넷마블(251270)의 경우 꾸준히 게임별 자체 매출 순위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넷마블은 지난해 3분기 7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4분기 영업이익 177억원을 냈습니다. 연간 영업손실액은 696억원입니다. 넷마블은 적자와 흑자 시기를 가리지 않고 '게임 포트폴리오' 란에 상위 10개 게임의 매출 비중을 밝혀왔습니다. 이를 통해 전체 게임 매출에서 각 게임이 얼마를 벌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넷마블은 올해 상반기에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과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레이븐2', '킹 아서: 레전드 라이즈' 등 신작 4종과 함께 중국판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를 출시해 경쟁력 강화에 나섭니다.
컴투스 2023년 4분기 실적 발표 자료. (자료=컴투스)
적자를 기록했지만 대표 IP의 성과를 보여주려 매출 표기에 나선 회사도 있습니다.
컴투스(078340)는 올해 10주년을 맞는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누적 매출 3조2000억원 기록을 강조하는 그래프를 실적 발표 자료에 넣었습니다.
이 게임은 2014년 출시 후 누적 내려받기 2억 건을 기록했습니다. 지금까지 162개 지역에서 RPG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했고요. 200개국 이상 16개 언어 서비스로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이 86%에 달합니다.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 10주년 행사를 연중 상시 진행하고, 1월 PC판 출시에 따른 플랫폼 확장과 '더 위쳐3' 협업에 따른 신규복귀 게이머 유입 효과를 노립니다.
이 밖에 상반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프로스트펑크: 비욘드 더 아이스', 'BTS 쿠킹온: 타이니탄 레스토랑' 등을 출시해 우상향 곡선을 그릴 계획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