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금융당국이 이사회 역할 강화를 핵심으로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나섰는데요. 당국 수장들이 금융권을 향해 강력한 경고 목소리를 내보낸 지난해에도 경영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중 현재까지 지난해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공시한 곳은 KB·하나·우리금융 등 3곳 입니다. 이들 금융지주의 이사회 의결 내용을 보면 사외이사의 안건 찬성률은 10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5대 금융지주 건물 전경. (사진=각 사 제공)
지난해 이사회서 반대표 '제로'
지주사별로 보면 KB금융 이사회는 2023년 말 사외이사 7명, 상임이사(대표이사 회장) 1명 및 비상임이사 1명인 총 9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지난해 총 15회의 이사회를 열었는데요. KB금융 이사의 참석률은 100%로 나타났습니다. 이중 결의 안건은 33건으로, 이사회 안건 중 반대표가 나온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해 말 기준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6인 등 총 7인으로 구성됐습니다. 우리금융은 정기이사회 4회와 임시이사회 10회를 통틀어 총 14번의 이사회를 소집했습니다. 이사의 평균 참석률은 역시 100%였습니다. 14번의 이사회에서 의결 안건은 총 37개였는데요, 의결권 제한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는 반대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총 11회의 이사회를 개최했습니다. 하나금융 이사회에서 결의 의안은 36건이었는데요. 이 중 33건이 가결, 1건이 수정 가결됐고, 2건이 조건부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참석률은 100%였고 비상임이사의 참석률은 87.5%로 평균적으로 높은 참석률을 보였습니다. 역시 반대표는 전무했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가기 전에 의견 조율 등을 거치기 때문에 최종적인 찬성률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고 설명했습니다.
당국, 이사회 역할 강조
금융당국은 이사회가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지적하며 지난해 말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견제의 한 축인 이사회의 구성 및 역할을 강화하고 나섰는데요. 지배구조 모범관행에는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30개 핵심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 사외이사 직군은 학계가 37%, 금융계 22%, 관료 12%, 비금융계 11%로 학계 중심으로 편중됐습니다. 이같은 구성은 독립성과 전문성, 글로벌 스탠더드 등에 맞지 않는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입니다. 금융당국은 현재 7~9명 수준인 사외이사수를 글로벌 주요은행(13~14명) 수준으로 늘리고, 이사회의 다양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아울러 적정 임기정책과 장단기 이사회 승계계획을 마련해야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획일적인 '2+1년' 임기 정책을 새로 정비해 사외이사 임기만료가 특정 시기에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전문성·다양성 목표를 반영하여 주기적인 이사회 내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임기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까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DGB·JB 등 8개 금융와 16개 은행에 ‘은행지주 및 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로드맵을 제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국, '거수기' 이사회 메스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금감원은 정기 검사에서 모범관행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이를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지주사들은 3월 주총을 앞두고 대대적인 이사회 정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9명 전원의 임기가 이달 만료 예정인데요. 이중 7명의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재선임 추천하고,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와 송성주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총 2명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습니다. 신한지주 이사회는 여성 후보자인 송성주 후보자를 신규 추천함으로써 여성 사외이사를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확대했습니다.
하나금융은 이사회 규모를 기존 9명에서 12명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를 새롭게 사내이사로 선임해 현재 단독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3인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사외이사도 1명 더 늘리는 동시에 여성 사외이사를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했습니다.
우리금융도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고, 기존 6명이던 이사회를 7명으로 늘렸습니다. JB금융지주는 이사회 인원을 총 9명에서 11명으로, 사외이사는 총 7명에서 9명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중 이희승 이사를 여성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을 14%에서 22%로 확대했습니다. KB금융은 사외이사 7명 가운데 4명의 임기가 이달 만료 예정인데요.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맞춰 이사회 체제를 어떻게 개편할지 주목됩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