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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초읽기 ‘파묘’···쇼박스발 오컬트 신드롬
상업영화 시장 마이너 장르 ‘오컬트’, 주류 장르 발돋움
입력 : 2024-03-19 오후 1:50:2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파묘’가 1000만 관객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19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 누적 관객 수는 938만명입니다. 추세로 볼때 오는 주말 1000만 돌파에 성공할 전망인데요. 1000만 돌파를 하면 국내 개봉 영화 사상 32번째 ‘1000만 클럽’ 가입이고 한국 영화로서는 23번째입니다. ‘파묘’ 투자 배급을 담당한 쇼박스(086980)는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도둑들’, ‘암살’, ‘택시운전사’에 이어 6번째 ‘1000만 영화’를 보유하게 됩니다. ‘파묘’의 1000만 돌파 초읽기는 ‘오컬트’란 마이너 장르가 주류로 올라오는 기반을 만들고, 영화에서 시작된 오컬트 열풍이 전국 서점가로 번지는 등 문화 흐름을 이끌고 있습니다. 영화계에선 기존 배급 공식이 깨졌다고 평가합니다.
 
영화 '파묘' 스틸. 사진=쇼박스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오컬트는 공포영화 하위 장르 개념으로, 심령적이고 심리적 부분을 소재로 풀어가는 얘기를 말합니다. 이 장르 대표작으로는 ‘엑소시즘’이 있습니다. 국내 영화로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과 나 감독이 제작한 태국 영화 ‘량종’, 그리고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이 있습니다.
 
모두 굵직한 흥행 메이커 배우들이 출연해 ‘마이너 장르’란 말이 무색하긴 하지만 상업영화 시장에선 적은 예산으로 아이디어 싸움을 할 수 있는 ‘오컬트 장르’로 꼽힙니다. 작년 롯데컬처웍스 투자 배급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고 흥행에도 성공한 ‘잠’도 오컬트 장르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투자 배급사 관계자들은 오컬트 장르에 대해 “관객층이 좁다”고 분석합니다. 공포 장르 자체가 상업영화로서의 포괄적 소비가 불가능하고, 공포를 기반으로 세분된 오컬트는 마니아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파묘’ 역시 쇼박스에서 투자 배급을 결정하기 전 국내 여러 투자 배급사 관계자들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투자 배급사 관계자는 “’장재현 감독 전작 대비 상업적인 요소가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제작 직전 ‘파묘’를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파묘’가 이런 흐름을 바꾼 듯 합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파묘’로 인해 장르를 해석하는 관점이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국내 투자 배급사와 여러 제작사들이 벌써부터 오컬트 장르 아이템 개발에 나섰다는 말을 들었다, ‘파묘’ 효과는 이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알라딘 'K-오컬트의 세계' 기획전. 사진=알라딘 홈페이지 캡처
 
영화에서 책으로, 오컬트 신드롬
 
‘파묘’로 인해 오컬트가 메이저 장르로 올라설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영화계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쇼박스의 차기작 ‘사흘’ 역시 오컬트입니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데 ‘파묘’ 1000만 돌파로 개봉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현재 누적 판매 부서 1000만를 넘어선 오컬트 장르 소설 ‘퇴마록’은 한재림 감독에 의해 영상화가 확정됐는데요. 여러 투자 배급사와 영화로 개봉할지 시리즈로 제작할지 협의 중인데 ‘파묘’의 오컬트 열풍을 타고 제작 투자에 힘을 얻게 될 듯 합니다.
 
‘오컬트 신드롬’은 서점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중고 도서 거래 플랫폼 ‘알라딘’이 ‘괴담부터 신화까지 K-오컬트의 세계’ 기획전을 여는 중입니다. ‘호러·판타지’, ‘민속과 신화’, ‘역사와 문화’ ‘세계의 오컬트’ 등 다양한 섹션으로 나눠 여러 오컬트 출판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형 서점들도 자체적으로 ‘오컬트 기획전’을 통해 오컬트 신드롬 분위기 흡수를 노리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빅데이터를 무너트린 ‘파묘’
 
‘파묘’는 영화 업계의 투자 배급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국내 영화 시장 배급 전략은 ‘시즌’입니다. 성수기(방학, 명절, 크리스마스 등 휴일)에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를 개봉해 투자수익을 거둬들이고 비수기에 이른바 ‘허리급 영화’들이 배급 라인을 타게 됩니다. 성수기가 끝난 직후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개봉을 극도로 꺼리게 됩니다. 모객 자체가 극도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는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흐름으로 수익을 내는 분야”라며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배급이라고 본다면 해당 시기 시장의 관객 동원력이 최대치로 고려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파묘’가 이런 공식을 깨버립니다. 성수기인 방학이 끝나갈 2월 말에 140억원의 거대 자본이 들어간 대작 영화, 그것도 장르 영화 개봉을 밀어부친 것입니다. 이현정 쇼박스 영화사업본부장은 “각급 학교의 개학 시즌을 노렸다"며 "타깃층인 1020세대의 SNS 입소문을 노렸다”고 배급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쇼박스의 전략이 통하면서 기존의 투자 배급 빅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돼버렸습니다. 이제 영화 업계는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더 다양한 전략을 기반으로 배급 시기를 조정해야 합니다. 쇼박스와 ‘파묘’의 조합이 만든 오컬트 신드롬이 국내 영화 시장의 굳건했던 선입견을 시원하게 깨트리고 있습니다. 영화 한 편으로부터 시작된 파장이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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