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지난해 카드업계가 가맹점 수수료 부문에서 6000억원 늘어난 수익(매출)을 올렸지만 마냥 웃지 못하고 있습니다. 엔데믹에 따른 정상화의 과정일 뿐 오히려 0%대 가맹점 수수료율 때문에 결제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겁니다. 이런 와중에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가 도래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아직 재산정 논의의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7월 연간 매출액 3억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에는 신용카드 0.5%, 체크카드 0.25%의 수수료가 적용되는 등 신용카드 가맹점 전체(313만6000개)의 95.8%에 해당되는 300만4000개의 가맹점에 대해 매출액 구간별로 우대수수료(0.5~1.5%)를 적용키로 했다.(사진=뉴시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들은 가맹점 수수료 부문에서 전년 대비 5968억원 증가한 매출을 올렸습니다. 가맹점 수수료는 신용카드로 결제 시 카드사가 가져가는 결제대금의 일정액입니다. 수수료율은 적격비용에 따라 재조정되며, 적격비용은 신용카드의 자금조달비용과 위험관리비용, VAN(카드결제중개업자) 수수료 등을 포함한 결제 원가를 의미합니다.
카드업계는 1%도 안 되는 수수료율로도 6000억원이나 증가한 매출을 올린 것은 코로나19 이전으로 '정상화'되는 추세라는 입장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가맹점 수수료에서 수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맹점 수수료 부문은 애초에 적자"라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세 중소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0.5~0.8%대 수수료를 내고 있지만 카드사는 고객 서비스로 쓰는 비용이 훨씬 많다"라며 "카드사도 고객이 일반 가맹점에서 결제하는 걸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고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금융서비스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건비를 비롯해 마케팅 비용,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결제대행사(VAN) 수수료율 등을 포함하면 이익이 많지 않는다는 겁니다.
카드사들은 적격비용 재산정 때마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렸습니다. 2007년부터 총 14회에 걸쳐 인하한 결과 결제금액의 4.5%에 달했던 수수료율은 매출 구간에 따라 0.5~1.5%까지 하락했습니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해당 수수료율 적용을 받는 가맹점은 전체 310만곳 중 약 96%에 달합니다.
이에 카드업계는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다가 이젠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카드업계의 주장에 금융위원회는 2022년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지난해 개선안을 내기로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해를 넘겨 재산정 주기가 도래한 상황입니다.
업계는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늘리는 방안이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없다"며 열어둔 상태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수료 원가가 올라갈 가능성에 대해 원가 검증을 해봐야 알 수 있다"며 "원가가 오를지 안 오를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보통 (적격비용)재산정하면서 3~4월에 외부 회계법인을 선정하는데 아직 시작을 안 했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