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국내 영화 시장을 주도하는 투자 배급사로는
CJ ENM(035760), 롯데컬처웍스(
롯데쇼핑(023530) 영화사업부문)
, 쇼박스(086980), NEW(160550) 등이 있습니다
. 언급된 4개 회사를
4대 메이저 투자 배급사로 부르는데요. 메이저 판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작년 극장 매출과 관객 수 집계에서
1위에 등극한 회사가 사실상 '만년꼴찌'로 분류되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로 나타났기 때문인데요. 결과물만 놓고 보면 그냥 1위가 아닌 압도적인
1위입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으로 작년 한 해 동안 두 편이나 ‘1000만 클럽’에 이름을 올린 플러스엠은 올해 전망이 더 밝습니다. 당장 4월 ‘범죄도시4’가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굵직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얼마 전 촬영을 마친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 배급 시장 점유 판도가 완벽하게 재편되는 흐름입니다.
작년 플러스엠 공동배급과 메인 투자 배급으로 각각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
만년 꼴찌에서 압도적 1위까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작년 전체 영화 배급사별 매출액과 관객 수 집계에서 플러스엠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작년 플러스엠 투자 배급 영화는 총 7.5편. 1000만 관객을 넘은 두 편의 흥행작 외에도 ‘젠틀맨’ ‘교섭’ ‘대외비’ ‘드림’ ‘타켓’ ‘화란’ 등이 플러스엠 작품입니다. 총 동원 관객은 2156만2879명으로 국내 배급사 전체 관객 수 가운데 점유율 29.6%를 찍었습니다. 전체 투자 배급 영화의 극장 매출은 2016억59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위인 롯데가 1452억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 1위로 평가됩니다.
특히 ‘화란’은 작년 5월에 열린 제76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되면서 완성도를 인정 받았는데요. 플러스엠은 2022년 ‘헌트’에 이어 2년 연속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을 배출한 작품 선구안을 과시했습니다. 투자 배급에 있어 ‘흥행성’도 잡고 ‘작품성’도 잡았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플러스엠에 이어 2위는 롯데컬처웍스(16.5편 투자배급)로 나타났는데요. 극장 매출 1452억원, 동원 관객 수 1487만377명을 기록했습니다. 3위는 매출액 1206억원, 동원 관객 수 1212만7702명을 기록한 NEW로 투자 배급 작품 수는 롯데컬처웍스보다 더 많은 17.5편으로 집계됐습니다.
‘K콘텐츠 공룡’으로 불리던 CJ ENM은 4위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는데요. 총 14편을 투자 배급했지만 매출액 794억원, 관객 동원 수 809만5294명에 그쳤습니다. 5위는 ‘파묘’로 올해 오컬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쇼박스입니다. 총 5편 투자 배급을 맡았고, 721억원의 매출과 관객 동원 수 714만 9187명을 기록했습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범죄도시’처럼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서 3편 이상 이어진 프랜차이즈가 연속으로 흥행을 거둔 사례는 없었다”며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3’ 두 편의 흥행을 일궈낸 것만으로도 플러스엠의 작품 선구안은 기존 4대 투자 배급사 기획 개발 시스템을 긴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역대 한국영화 최대 제작비(350억 이상)가 투입된 플러스엠 투자 배급 영화 '호프'의 한국 측 출연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사진=뉴시스, 아이오케이, 넷플릭스
화려한 라인업, 줄줄이 예고
올해 플러스엠 라인업을 보면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는데요. 당장 다음 달 개봉하는 ‘범죄도시4’는 앞선 2편과 3편이 연속으로 1000만 관객을 넘었습니다. 만약 ‘범죄도시4’까지 1000만 관객 달성에 성공하면 국내 프랜차이즈 영화 사상 전무후무할 ‘3연속 1000만 관객 돌파’ 영광을 안게 됩니다. 역사가 새로 쓰여지는 것입니다.
전도연 주연의 강렬한 복수극 ‘리볼버’도 준비 중입니다. 국내에선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강력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북한 병사와 장교의 목숨을 건 탈주극을 그린 ‘탈주’는 오는 7월 성수기 시즌 개봉을 확정했습니다. 배우 이제훈과 구교환이 각각 도망치는 북한 병사와 그를 막을 북한 장교로 출연합니다. 황정민-염정아 주연의 오락 액션 영화 ‘크로스’도 대기 중입니다.
플러스엠의 막강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기대감을 높이는 영화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입니다. ‘호프’는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과 할리우드 특급스타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등이 합세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순수 제작비만도 350억원이 넘는 한국영화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7일 모든 촬영을 마친 ‘호프’는 후반 작업을 거쳐 빠르면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개봉이 유력시됩니다.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올해 라인업만 보면 플러스엠이 장르적으로 가장 다양하다”면서 “’코로나19’ 이후 트렌드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처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배급과 기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국내 영화 시장은 메이저 4대 투자 배급사가 주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4대 메이저 투자 배급사 이름과 순위가 바뀌는 날도 머지 않을 듯 합니다. K영화 배급 시장 재편, 이미 완성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