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파묘’ 신드롬 주인공 쇼박스가 신호정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 신호정 대표이사는 작년 말
오리온(271560)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뒤
지난 21일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통해
쇼박스(086980)의 새로운 수장이 됐습니다
. 신 대표는 전임 김도수 대표 체제 이후 이제용 임시대표 체제에서도 실질적으로 대표 권한을 행사해왔는데요. 공식적으로 대표이사 직함을 받아든 만큼 쇼박스의 악화된 영업손실을 회복하고 내부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범합니다
.
‘드라마본부’ 신설
신 대표는 올해 초
‘드라마본부
’를 신설했습니다
. 기존
△콘텐츠제작본부
△콘텐츠운영본부
△경영지원본부로 나눠지던 구조를
△드라마사업본부
△영화사업본부
△경영지원본부로 개편했습니다
. 구조적으로는 드라마본부를 신설한 모습이지만 기존
‘콘텐츠본부
’에서
‘드라마
’와
‘영화
’를 분리해 사업 효율화와 수익 안정화를 꾀했습니다
. 실제로 경쟁사인
CJ ENM(035760)과 롯데컬처웍스
, NEW(160550)와 플러스엠 등은 영화와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분리해 각각의 사업에 따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
투자 배급업계 관계자는 “영화는 흥행 여부에 따라 손해와 이익에 대한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는 ‘리스크 산업’이다”면서 “쇼박스와 경쟁하는 다른 회사들이 드라마 사업을 병행하는 이유가 안정적인 수익 기반 마련을 위해서다”고 말했습니다.
드라마본부 신설은 영화 한 편에 흔들리는 쇼박스의 구조적 체계를 바꿔 ‘리스크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신 대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의 ‘명가’
쇼박스는 오리온그룹 내에서 영화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입니다. 1999년 6월 미디어플렉스로 출발한 쇼박스는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박스까지 소유하며 상영과 투자 배급 등 영화 사업 수직 계열화를 구축해 왔습니다. 하지만 2007년 7월 메가박스 매각, 2015년 6월 브랜드와 사명을 현재의 쇼박스로 변경하며 영화 투자 배급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쇼박스는 국내 영화 시장에서 CJ ENM 다음으로 1000만 영화를 많이 배출한, ‘영화 투자 배급의 명가’로 꼽혀 왔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도둑들’ ‘암살’ ‘택시운전사’에 이어 1000만 돌파 직전에 있는 ‘파묘’까지, 넓은 안목으로 다양한 장르와 색채의 영화를 선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직격탄을 통해 매출이 급감하면서 영업손실 폭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작년에는 연결기준 매출 401억원, 영업손실 28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작년에 투자 배급한 한국 영화 ‘비공식작전’과 ‘3일의 휴가’가 흥행에 참패한 요인이 컸습니다. 2021년에는 체면치레만 했습니다. 나홍진 감독 제작 태국 공포 영화 ‘량종’, 국내 재난 영화 ‘싱크홀’이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돌파했습니다.
영화 '파묘' 스틸. 사진=쇼박스
신호정 시대의 시작
하지만 올해 전망은 나쁘지 않습니다. 당장 ‘파묘’가 1000만 돌파 직전까지 도착하면서 작년 영업손실을 상당 부분 메꿀 수 있을 듯 합니다. 해외 선판매와 국내 부가판권 및 투자 배급에 대한 수익 정산이 이뤄질 경우 200억원 이상 수익이 쇼박스에 돌아가게 됩니다. 작년 영업손실(283억)의 70% 수준의 이익을 거두는 셈입니다. 쇼박스 차기작도 오컬트 장르입니다. 쇼박스가 투자 배급을 맡은 영화 ‘사흘’은 올 여름 시장과 추석 연휴 성수기 시즌을 정조준 중입니다. ‘파묘’로부터 이어진 오컬트 신드롬 기세가 ‘사흘’로 연결될 지 주목됩니다. 드라마 사업도 이어집니다.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에 이어 동명 웹툰 원작 ‘마녀’ 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한 안정적 수익 구조를 확보해 지속 가능한 흑자경영이 가능할 지 신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신 대표는 오리온그룹 내에서 기획과 관리 부문 전문성을 인정받은 임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신호정 체제’ 출범을 알린 쇼박스가 올해를 기점으로 6000만 투자 배급사의 명성을 되살릴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 낼 것인지, 새로운 ‘신호정 시대’ 출범에 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