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증권업계의 투자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 랩어카운트와 차액결제거래(CFD) 잔고가 지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랩어카운트와 CFD는 지난해 불건전 운용 실태가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는데, 업계의 자정 노력과 규제 강화에도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총 잔고(계약자산)는 지난 1월 말 기준 90조6662억원 규모로, 1년 전(114조2376억원) 대비 20.6% 감소했습니다. 지난 12월 말 90조6260억원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100조원을 밑돌고 있습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자산을 하나로 묶어 알아서 운용해주는 투자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입니다. 고객이 채권, 주식 등의 투자를 증권사에 일임하면 증권사가 이를 운용하고 고객 자산 규모에 비례하는 수수료를 받습니다.
한때는 랩어카운트 계좌들이 탁월한 수익률을 올린 덕분에 시장에 뭉칫돈이 몰려 효자 노릇을 했지만, 2021년 150조원 규모였던 랩어카운트 잔고는 작년 10월 100조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랩어카운트 잔고가 100조원 미만으로 줄어든 것은 2016년 10월 이후 처음입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잔고가 줄기 시작했고, 지난해 불법 운용 이슈로 투자는 더욱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채권 돌려막기' 등 증권사의 랩·신탁 불건전 영업행위를 점검한 결과, 단기 투자상품인 랩·신탁 계좌 자금으로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의 불법 자전거래 관행이 드러났습니다. 만기가 도래한 A증권사 고객 계좌의 기업어음(CP)을 시가보다 비싸게 B증권사에 매도하고, B증권사 계좌에서 유사한 CP를 A증권사 고객 중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계좌로 비싸게 사주는 것입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증권사들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전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떠들썩했던 CFD도 감소세가 뚜렷합니다. 증거금을 포함한 CFD잔고는 20일 현재 1조790억원으로, 작년 말 1조2770억원에서 15.5% 감소했습니다. 라덕연 사태 전인 작년 3월 말 2조7697억원에 비교하면 61% 급감한 수치입니다.
증권사 CFD 서비스는 라덕연 일당의 시세조종에 악용되면서 한동안 거래가 중단됐습니다. 이후 금융당국이 CFD 관련 규정을 강화해 투명성을 높이고, 9월부터 다수의 증권사가 거래를 재개했지만 투자자들의 외면은 여전합니다. 작년 9월 거래 재개 당시만 해도 CFD 잔고는 1조2700억원대였으나 지금은 1조원을 밑돌고 있습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CFD나 랩어카운트에 대한 자산들의 수요는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다"라면서도 "불법 거래라는 꼬리표가 붙은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영업하기는 쉽지 않아 시장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