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하청업체 사무실에 안전출입시스템(안면 인식기) 도입 문제를 두고 HD현대중공업 노사의 갈등이 법적분쟁으로 격화됐습니다.
17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협의회는 지난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HD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들을 협력사 사무실 무단침입 및 기물파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습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의 일부 간부 4명이 지난 12일 울산동부경찰서로부터 업무방해죄 등 혐의에 따른 고발이 접수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사는 안면 인식기 설치와 관련해 찬반 실랑이를 벌이고 있습니다. 사측은 현재 하청업체 요청에 따라 하청 노동자의 출입확인 편의성과 정확성 향상을 위해 '협력사 안전출입시스템 도입'을 위한 안면 인식기 설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노조측은 사측의 안면 인식기 설치가 노동자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막아서는 상황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부터 울산조선소 내 하청업체 사무실과 탈의실 등에 안면 인식기 도입을 위해 케이블과 거치대 등을 설치하고 있는 반면, 노조는 이를 발견하는 즉시 해당 장비의 제거 및 보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하청업체에 설치중인 안면 인식기 장비 70여대가 떼어진 겁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내 100개 이상 하청업체 대표가 소속된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협의회가 법적 대응에 나선겁니다.
사측 역시 노조의 행위가 명백한 불법이라고 강조합니다. 현대중공업은 "회사 자산인 안전출입시스템 장비를 무단으로 철거하는 불법 행위까지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작년 4월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협의회는 사측에 하청 직원들의 효율적인 출입과 안전 관리 강화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고, 지난 2월부터 각 하청 소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현재까지 93%의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도입한 이 시스템은 향후 협력사에서 직접 관리하고 철저한 개인정보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며 "근로자의 근태 등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목적이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연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거짓된 내용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신체 정보를 수집하면서 대체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근로계약 이행의 불이익만 강조하는 것은 노동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발상"이라며 "회사는 사내협력협의회를 사주해 노조의 정당한 활동마저 시비하는 짓거리를 일삼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하청업체와 함께 장비들을 공동구매를 통해 설치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막상 물어보면 하청업체 대표들은 자사의 장비가 아닌데다 돈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해당 장비를 파손이나 철거하는 게 아니라 회사와 하청업체 모두 주인이 아니라고 하니 제거한 뒤 보관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팽팽한 입장차…"현재 시스템으로 충분" 대 "정부 권장사항 충족·효율성 증대"
아울러 노조는 현재 시스템으로 근태관리가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이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현재 노동 인원 확인을 출근 시 출입증 정문 확인과 식사카드 확인, 작업 전 휴대폰 앱을 통한 일일 작업지시서 작성 등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세 가지 방식도 이미 충분한데 별도로 감시 역할을 하는 안면 인식기까지 설치하는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근로자 안전과 보안 관리는 각 사업장 환경에 맞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회사는 "안전출입시스템은 정부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현장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고 여러 조선소에서도 동일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스피드게이트', 타각 방식 등 각 사업장 환경에 적합하게 도입 중"이라며 "이는 현재 정부가 권장하는 '협력사 에스크로 제도'의 취지에 맞는 운영과 '조선업 재직자 희망공제 사업' 신청자들에 대한 최소 근로 일수 증빙에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