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올 들어 인터넷은행 3사가 대출 문턱을 급격히 올린 가운데, 금리마저 5대 시중은행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체율이 늘어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중저신용자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는 인터넷은행 출범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올 들어 대출 문턱 높인 인뱅
일반신용대출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신용점수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8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지난 3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일반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21.7점입니다. 지난해 9월 864.7점, 12월 872.7점으로 오르다가 올 들어 900점을 넘어섰습니다. 일반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신규)는 케이뱅크가 938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토스뱅크 920점, 카카오뱅크 907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용점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에게 대출을 많이 내줬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인터넷은행 평균 신용점수가 시중은행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 3월 기준 925.8점으로 집계됐습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933점으로 가장 높고, NH농협은행 932점, 우리은행 931점, 신한은행 920점, KB국민은행 913점 순입니다.
인터넷은행 대출금리도 시중은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대 은행이 3월 신규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서민금융제외 평균금리는 5.054%로 집계됐습니다. 구체적으로 △국민 5.13% △신한 5.17% △하나 5.04% △우리 5.12% △농협 4.81% 순입니다.
같은 기간 인터넷은행은 평균 대출금리가 6.03%로 집계됐습니다. 토스뱅크가 7.05%로 가장 높았고 이어 카카오뱅크 5.97%, 케이뱅크 5.09% 순입니다. 케이뱅크를 제외하고는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모두 높았습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확대하면서 평균 대출 금리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실제 지난해에는 토스뱅크 고객 개운데 고객 가운데 신용점수 475점(과거 KCB 기준 8등급)까지 대출이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3월 취급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신규) 금리현황을 살펴보면 5대 은행은 평균 3.71~4.11%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인터넷은행은 3.78~4.04%로 시중 은행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중저신용자 대출 소홀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 관리에 주력해야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1분기 연체율은 0.47%로 나타났는데요. 전분기 대비 0.02%포인트 낮아졌지만 5대 시중은행의 1분기 연체율 0.25~0.43% 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1.32%로 0.72%였던 1년 전보다 0.6%포인트 올랐습니다. 케이뱅크 역시 0.96%로 집계돼 건전성 관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연말에는 중저신용자 비율 달성을 위해 일제히 취급 신용점수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를 위해 현재 대출 문턱이 다소 상향 조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완화한 가운데 규제 준수가 수월해지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에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국은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를 기존보다 낮아진 30% 이상으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인터넷은행 전체 차주 중 중저신용자 비중이 50%에 달하고 고신용자에 비해 중저신용자의 대출액 규모가 작은 점, 중저신용자 대출의 건전성 관리 필요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출공급 비중 목표 하향은 인터넷은행업계가 줄곧 주장해온 내용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 평가 기준도 '말잔'(말기 잔액)에서 '평잔'(평균 잔액)으로 전환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을 살펴보면 카카오뱅크 30.4%, 케이뱅크 29.1%, 토스뱅크 31.54%로 집계됐습니다.
이자장사에 대한 지적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은행은 매년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1분기 당기순이익은 1112억원으로 전년 동기 1019억원 대비 9.1% 증가했습니다. 특히 이자이익은 4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습니다. 토스뱅크도 올해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등 인터넷은행은 갈수록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인터넷은행 규모가 커지는 만큼 포용금융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터넷은행은 설립 목적은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인 가운데 시중은행이 독점하고 있던 대출 시장을 나눠가지고 있다"며 "인터넷은행도 담보대출과 같은 안전 대출을 늘리면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난 달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대출 문턱이 시중은행 수준까지 높아졌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 창구.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