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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플라이, 경영정상화 요원…무상감자론 솔솔①
액면가보다 떨어진 주가…자금조달 여력 악화
입력 : 2024-06-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1인칭 슈팅(FPS) 게임 ‘스페셜포스’ 개발사 드래곤플라이(030350)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주가가 액면가를 하회하면서 유상증자를 비롯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발행마저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드래곤플라이가 지속된 적자로 부분자본잠식에 빠지자 시장에선 유동성 확보를 위해 무상감자 카드를 꺼낼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습니다.
 
'마지노선'까지 연기한 CB 납입일
 
(그랙픽=뉴스토마토)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드래곤플라이는 지난달 29일 50억원 규모의 18회차 CB 납입일을 오는 8월28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습니다. 해당 CB의 최초 공시 당시 납입일은 지난 2월29일이었으나 2차례 정정을 통해 납입일이 연기됐습니다. 
 
드래곤플라이의 CB 납일입정 연기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입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경우 유증이나 CB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 납입기일을 6개월 이상 연기하면 ‘공시위반(공시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거래소는 공시규정에 따라 위반 기업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여부를 검토하게 됩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경우 벌점 부과 혹은 제재금 처분을 받게 됩니다. 
 
드래곤플라이의 이번 CB 납입일 연기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피할 수 있는 마지노선입니다. 납일일을 한계까지 연기했지만, 드래곤플라이 주가 하락으로 자금조달 성공 여부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드래곤플라이 이날 종가는 437원으로 액면가(500원)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주가가 액면가를 하회할 경우 증자나 주가연계증권(ELB) 발행이 어려워집니다. 유상증자의 경우 액면가 밑으로 신주발행이 불가능하고 CB 등 메자닌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역시 액면가를 하회할 수 없습니다. 
 
해당 CB의 경우 쿠폰금리와 만기금리가 각각 1%에 불과한 데다,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도 역시 556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높습니다. 리픽싱을 통한 차익실현 기대도 어려운 상황인데요. CB 투자보단 장내에서 드래곤플라이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편이 유리해 CB의 투자 메리트도 떨어졌습니다. 
 
자본잠식에 자금조달 여력도 악화…감자 가능성
 
드래곤플라이 최근 대표이사를 비롯해 회사 경영진들을 교체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자금조달 여력이 악화하면서 경영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입니다. 
 
드래곤플라이는 그간 CB발행과 유증을 통해 쌓은 자본잉여금으로 결손금을 메워왔습니다. 지난해 3자배정 유증을 통해 85억원을 조달했으며, 2022년에는 공모 유증을 통해 126억원을 조달했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최근 5년간 드래곤플라이가 유증이나 CB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786억원으로 드래곤플라이 시가총액(300억원)의 2.62배에 달합니다. 
 
진짜 문제는 자금조달 실패에 따른 자본잠식입니다. 올해 1분기 기준 드래곤플라이의 자본금과 자기자본은 각각 347억원, 251억원으로 27.15% 부분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지난해말 133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하면서 부분자본잠식(18.24%)에 빠졌고 1분기 만에 자본잠식률이 9%포인트 올랐습니다. 올해 추가적인 자금조달 없이 78억원 이상의 당기 순손실 발생해도 자본잠식률 50%를 넘어서게됩니다.
 
자본잠식으로 드래곤플라이의 자금조달도 절박해졌습니다. 자본잠식 50% 이상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사업연도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합니다. 직후 사업연도에도 50%를 넘길 경우 상장폐지 사유가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드래곤플라이의 무상감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감자를 진행할 경우 액면가는 유지되지만, 감소하는 주식 수만큼 주가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주가와 액면가가 모두 500원인 주식이 5대 1 감자를 진행할 경우 주가는 2500원이되지만 액면가는 500원으로 유지되는 식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서는 자본금을 줄이거나(감자) 자기자본을 늘려야(증자)하는데 주가가 액면가를 하회할 경우 자금확보가 쉽지 않다”면서 “이 경우 감자를 통해 주가를 액면가보다 높이고 이후에 유증 등 자금조달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드래곤플라이 관계자는 “최근 회사의 투자자산들의 손상으로 결손금이 늘어났고 자본잠식에 빠졌다”면서 “4분기 신작 발표가 이뤄지고 나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이번 경영진 변경 등은 자금조달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 사안”이라며 “CB 외에 추가적인 자금조달이나 감자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드래곤플라이 주요 IP인 스페셜포스.(사진=드래곤플라이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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