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비트나인(357880)이 채무상환을 위한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계획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주주는 청약 참여를 약속했지만 배정분의 절반만 참여할 예정입니다. 비트나인은 유증 흥행을 위해 무상증자 병행카드까지 꺼냈으나 주가가 급락하면서 자금조달 목표치 달성은 힘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채무상환 위해 시총 수준 대규모 유증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트나인은 229억여원의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21일 공시했습니다. 신주 발행 예정가액은 2080원으로 1100만주의 신주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증자비율은 발행주식 총수의 105.32%에 달합니다. 이와 함께 보통주 1주당 신주 0.4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실시합니다.
비트나인이 유증에 나선 것은 2022년 발행했던 전환사채(CB)의 전환권 가치가 하락하면서 채무상환 자금이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비트나인은 당시 그래프 DB(데이터베이스) 사업확장을 위해 28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습니다. 당시 CB 전환가액은 1만1292원이었고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전환가격 조정)한도는 최초 전환가의 70%까지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CB 발행 이후 주가 하락이 이어졌고 전환가액은 리픽싱 한도인 7905원까지 낮아졌습니다.
CB투자자들은 풋옵션 효력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풋옵션행사에 나섰습니다. 지난 10일 NH헤지자산운용은 보유한 50억원 규모의 CB 중 77%인 38억원 가량의 풋옵션을 청구했습니다.
NH헤지자산운용은 지난 19일 풋옵션 행사를 취소했는데요. 비트나인과의 협의를 통해 풋옵션 행사를 일정 시점 이후로 연기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미 리픽싱 한도까지 전환가액이 조정됐지만, 현재 비트나인의 주가(2560원)보다 3배 이상 비싸 보통주 전환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 비트나인은 18일 유증을 위해 채권단 회의를 진행했고 채권자들로부터 풋옵션 취소 동의서를 받았습니다.
수익성 악화에 유동성 위기…추가 자금조달 가능성도
비트나인은 올해들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습니다. 2022년 연결기준 1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영업손실 133억원으로 적자전환했습니다. 5억원 수준이던 순손실은 171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결손금이 늘면서 비트나인의 유동성 우려도 커졌습니다. 2021년 상장 당시 2105%에 달했던 유동비율은 올해 1분기 61.2%로 줄었고, 5.5%였던 부채비율은 270.6%로 급증했습니다.
비트나인의 경우 상상인증권, SK증권과 실권주 인수계약을 체결한 만큼 유증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자금조달 자체에는 무리가 없을 예정입니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유증 규모가 쪼그라들 경우 자금 운용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비트나인은 재무구조 악화 속에서도 유증 흥행을 위해 40% 무증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입니다. 발행주식총수를 넘어서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들의 지분 희석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최대주주의 고통분담 의지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강철순 대표는 50%수준의 청약참여만 계획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최대주주의 100% 청약참여는 주주들과의 고통분담 및 책임경영 의지로 여겨진다”고 밝혔습니다.
비트나인의 주가는 유·무상증자 공시 당일 22.75% 급락했으며, 이날 종가 기준 공시 전일 대비 26.75% 하락했습니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시가가 유지된다면 증자 규모는 기존 228억원에서 161억원대로 감소합니다.
당장 풋옵션 효력이 시작된 CB의 미상환 잔액은 280억원입니다. 풋옵션 이자비용을 고려할 경우 228억원을 전부 조달하다러도 70억원가량의 추가자금이 필요한 셈입니다. 올해 1분기 기준 비트나인의 보유 현금(54억원)을 초과합니다. 유증 완료 후 추가적인 자금조달 가능성도 있는 셈입니다.
비트나인 유증 기업실사를 진행한 상상인증권은 “유상증자 진행과정 중 비트나인 주가가 하락해 예정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기대보다 낮은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CB 상환 및 추가 자금조달 계획 등을 문의하기 위해 비트나인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