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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책임 누가 져야 하나
입력 : 2024-07-12 오전 8:44:06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차량 역주행 사고가 났습니다. 운전자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딱딱했다며 차량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드는데요. 차량의 결함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까닭에 운전자로서는 제대로 손을 쓸 수가 없어서입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사고를 일으킨 역주행 제네시스 차량 인근을 통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운전 미숙이나 전후방 주시 의무 태만 등이 사고를 불러왔다면 당연히 책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멀쩡하던 자동차가 갑자기 제멋대로 움직였다면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죠.
 
더 큰 문제는 급발진 의심 사고의 경우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에는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책임은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손해의 존재 및 손해액 규모 등을 입증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차량에 대한 정보와 전문 지식이 없는 소비자가 급발진 원인을 증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3월까지 14년간 접수한 급발진 의심 사고 791건 중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현재까지 1건도 없습니다.
 
운전자와 제조업체가 동등한 처지에서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가려내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자동차는 고도의 기술력이 집합된 제조물인 만큼 입증 책임을 제조업체에 돌리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운전자가 급발진임을 입증하려면 페달 블랙박스가 가장 확실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10월 국토부가 자동차 제조사에 페달 블랙박스 장착을 권고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국내 제조사들이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요. 업계는 페달 블랙박스를 제조사 차원에서 설치하는 것 자체가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예방책이 절실하지만 자동차 제조사의 노력은 전무합니다. 국회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차량 결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한 일명 '도현이법'에 대한 논의를 뒤로 미루고 있죠.
 
2022년 12월 강릉의 한 도로에서 동승한 12살 손자가 숨진 할머니의 급발진 사고(이도현군 사건) 당시 블랙박스에는 "도현아 도현아 이게(브레이크) 안 돼"라는 절박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급발진 사고는 순식간에 많은 피해를 발생시킵니다. 누구라도 참담한 사고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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