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정책금융연구소는 지난 2월 '1사 1법'으로 되어있는 정책금융 공공기관의 존재 근거법을 개정함으로써 글로벌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이끌고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의 잠재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정책금융 생태계 혁신을 위해 출범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방형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이 '공급망 재편'이라는 국제경제 질서의 신(新)블럭화 국면에서 선진국으로 안착할 수 있는 기회와 원동력을 확보하고 시현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이같은 연구의 일환으로 K-정책금융연구소는 11개 주요 정책금융기관이 법상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중점적(생태계 평가 A항목)으로 공개 질의합니다. 해당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각과 형식의 질문에 난감해할 수도 있겠으나 공공기관도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국민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1. 1954년 설립된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은 '한국산업은행법(이하 산은법) 제1조'에 근거해 산업 개발·육성, 사회기반시설 확충, 지역개발, 금융시장 안정 및 그밖에 지속 가능한 성장 촉진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관리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시장 실패 보완 등의 역할도 주어집니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을 맡고 있는 공공기관이 맞습니까?
개발금융 특화됐지만 중소기업 보호·육성 책임도
2. 산은법 제18조(업무)에 따르면 1호는 산업의 개발·육성, 2호는 중소기업의 육성입니다. 중소기업 지원이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평가될 수 있도록 내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명시됐습니다. 산은법에 명기된 바와 같이 산업은행은 국내 중소기업 육성에 기여하고 있습니까?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한 내부 체계는 어떻게 구축했습니까?
한국산업은행 전경. (사진=한국산업은행)
3. 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이나 한국수출입은행 등과 비교해 '개발금융'에 특화됐으나, '대한민국헌법 제123조 제3항'에 따라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할 책임도 있습니다. 또 산은법 제18조 제2항에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의 대표 중소기업 지원 정책금융 방식인 '온렌딩(On-lending) 대출' 비중은 2018년 13.3%에서 2021년 12.3% 으로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중소기업 어려움은 커졌는데, 이를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요?
4. 2016년 6월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의 구조조정 기업 재취업 전면 금지 방안이 발표됐음에도, 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투입한 회사에 고위직으로 내려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12년부터 10년간 자회사나 대출해 준 거래회사의 사장 또는 고위 임원으로 취업한 퇴직자는 147명에 달합니다. 1년에 15명, 한 달에 한 명꼴로 이동한 겁니다.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에 대한 산업은행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BIS 비율 하락…구조조정 실패 책임 지적
5. 국책은행은 현물을 출자 받아 다른 기업 주식 보유 지분을 늘릴 경우 지분법에 근거해 해당 기업 실적에 따라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 2022년과 2023년 30조원에 육박하는 순손실을 낸 한국전력공사 지분(32.9%)을 보유하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2022년 1분기 말 14.86%에서 2023년 1분기 말 13.08%로 급락했습니다. 올해 1분기 말 역시 13.88%로 국내 은행 평균인 15.52%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 손실 1조원당 BIS 비율이 6bp(1bp=0.01%포인트) 하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 HMM과 KDB생명보험 매각도 좌초되면서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HMM 재매각 계획은 현재로서 없다"고 밝혔는데요. 정책금융기관은 정부가 설립한 목적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체력 조건(재무구조)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잇따른 구조조정 실패로 인한 책임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6. 산업은행은 정부로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2조원어치 출자 받기로 했는데요. 현물출자 외에 다른 방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습니까? 현금출자를 받기 위해 정부부처와 협의를 진행했습니까? 현물출자는 산업은행에 어떠한 이득이 있습니까?
정부배당하면서 정책금융은 공기업 현물출자로
7.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정부 배당을 8781억원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배당은 현금으로 두둑이 주면서 반도체 등 산업에 정책금융을 공급하기 위한 상황에선 정부 재정예산이 아닌 LH 등 공기업 주식을 현물출자 받습니다. 정부 배당 1위 공공기관인 점이 자랑스럽게 평가할 일입니까? 정부 배당으로 정부에 현금을 보태주는 것이 산업은행의 본연의 업무에 해당됩니까?
8. 산업은행이 관리·운용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한정되고 차입 금리도 높다는 점에서 첨단 기업 지원에는 한계가 있어 국가첨단전략산업 진흥기금으로 전환하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변화된 시대 상황을 반영해 산은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를 먼저 나서 추진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부산이전, 2년째 공회전…경제적 효과 '의문'
지난해 1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노동자대회 현장. (사진=한국산업은행 노동조합)
9. 산업은행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본점 부산 이전에 여념이 없어 보입니다. 2년째 공전 중인 부산 이전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과거 산업은행은 10억원을 들여 부산 이전 타당성에 대한 컨설팅을 시행했지만, 부산으로 가야 하는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해 비판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부산 이전이 대두된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치화된 경제적 효과, 부산시 지원 방안 등을 토대로 국회와 노동조합을 설득하라고 지적했는데요. 여기에서 수치화된 경제적 효과는 무엇입니까? 이미 제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실제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 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도출된 현재, 경제적 효과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이전을 밀어붙이는 것은 지역 경제 발전을 오히려 해치는 일 아닙니까? 산업은행 부산 이전으로 인력 유출만 극심해져 본연의 업무 능력은 하락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본연의 업무인 국내 산업 발전, 중소기업 지원이 강화된다는 근거가 있습니까?
10. 산은법 제18조(업무)에는 '신성장동력산업 육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 촉진 등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자금의 공급이 필요한 분야에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은 신재생에너지 사업보다 화석연료 사업 지원이 많은 점 등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받았습니다. 이 같은 지적 사항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11. 산업은행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녹색기후기금(GCF) 인증 기구'로서 관련 조직과 기능을 강화하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조직은 어떻게 구성했고, 어떤 기능을 강화했나요?
12. 산업은행은 2018년 이후 6년간 장애인 의무 법정 고용률을 한 번도 지킨 적이 없습니다. 국책은행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아닌가요?
13. 산업은행은 지난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이사회 운영현황이나 이사회 전문성 등 원론적인 내용만 기술했을 뿐 비상임이사(사외이사)의 활동과 경영 제언 활동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제3자 검증 의견서와 ESG 경영 성과 데이터도 적시하지 않았습니다. 개선할 계획이 있으신지요?
회장이 이사회 의장 겸직…시중은행과 상반돼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6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 산업은행 이사회 의장은 회장이 겸직하고 있습니다. 산은법 제12조(이사회)에 따르면 회장은 이사회를 소집하고 그 의장이 됩니다. 시중은행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는 방향을 권고 받은 것과 대비됩니다. 전문성이 뛰어난 사외이사들을 선임해 산업은행이 나가야 할 방향성을 설정해야 하지 않나요? 정부 정책에만 매몰돼 이사회를 이끄는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게 산업은행 본연의 업무 추진에 있어 효율적인 선택지인가요?
정부산업 육성 위해 자본금 증액 필요성 절실
15. 산업은행은 정부 산업 육성정책 지원을 위해 자본금 증액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올해 3월 말 기준 자본금은 약 26조원으로 내년 중 법정 한도인 30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은행의 자본금은 2014년 산업은행법 개정 이후 10년째 제자리입니다. 자본금 증액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본점 이전 문제와 맞물려 법 개정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본금을 60조원 수준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산업은행은 자본금 증액을 위한 법 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