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점을 갔어요. '문해력의 홍수'였어요. 유아부터 초등학생 문제집까지 모두 '문해', '문해', '문해'였습니다. 초등학교 참고서 코너에는 고등학교 때나 접했던 갖가지 장르별로 구성된 독해 문제집이 많았어요. 비문학 독해, 문학 독해, 과학 이야기 독해, 한국사 독해, 사회 지문 독해까지… 이렇게 문해를 강조하는 서적들이 넘쳐나는 것은 문해력이 떨어지기 쉬운 환경에 살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요즘엔 초등학교 수학 문제도 2~3줄 이상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른바 '문해력'의 중요성이 계속 강조되는 분위기입니다. 문해(文解)란 말 그대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일컫는데요. 20여 년 전에 수학능력시험을 봤던 사람의 눈으로 요즘 초등학생들 문제집을 바라보고 놀랐습니다. 단순한 사고의 문제와 답이 아닌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사고를 요하는 문제가 많더라구요. 주어진 정보를 이해하고, 조합해야만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국어뿐 아니라 수학 문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마디로 문장을 이해하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는 구조였어요. 그래서 중요해진 것이 바로 문해력일 겁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IPTV 등 온갖 영상매체와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 일찌감치 노출된 세대들이 성장하면서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최근 세대들이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해지고, 집중도가 떨어져 글을 제대로 읽지 않고,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요. 자연스럽게 유치원과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영상매체에 길들여진 것 뿐인데, 국어를 이해 못한다는 타박을 받아야 한다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따지고 보면 그들의 잘못은 아닌데요. 초등학생부터 문해 문제집을 풀어야 하는 운명에 놓인 요즘 어린이들이 가엾습니다.
서울의 한 서점에 참고서들이 진열돼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