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MBC 1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이르면 다음달 1일 열리는 이사회에 김재철 MBC 사장의 해임안을 재상정 하기로 함에 따라 방송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방문진은 25일 이사회에서 ‘여야 이사 전원 합의’로 이같이 정했다며 김 사장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해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김재철 MBC 사장 운명 다음 주 판가름 날까
무엇보다 여야의 셈법이 다르다.
방문진의 야당 추천 이사들은 9월13일 1차로 제출한 해임안을 보강해 “가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25일 이사회에서 1차 해임안을 ‘형식상 철회’한 것은 여당 추천 이사들을 설득하는 데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강욱 이사(야당 추천)는 이날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해임안을 낸 건 해임시키기 위한 것, 다시 말해 안건 통과가 목표이고 그러려면 해임사유가 충분해야 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고 여건이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오늘 표결하지 않고 추가된 상황을 종합해 해임안을 다시 제출키로 했고 이사들 모두 양해했다”고 말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김재철 사장의 중대한 해임 사유로 꼽은 것은 방문진도 모르게 비밀리에 정수장학회 지분을 매각하고 사실상 민영화 작업을 추진한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당 추천 이사들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방문진 “해임안 보완해 재상정”..가결은 미지수
다만 이 문제를 김 사장의 해임과 연결 짓는 데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실제 김 사장의 해임안이 상정된 25일 방문진 회의가 정회되자 차기환 이사(여당 추천)는 기자들과 만나 “표결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재우 이사장(여당 추천)은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MBC의 비밀 민영화 추진’을 문제 삼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그래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김재철 사장에게 해명 듣고 사과를 받아내지 않았느냐”고 받아쳤다.
사과를 받아냈으니 방문진의 역할은 다한 것 아니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무엇보다 여당 입장에선 시간을 끌 필요가 있다.
여론의 무게 추가 김 사장이 더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는 상황에서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은 가결돼도 혹은 부결돼도 여당에 부담을 주는 요소라는 이유에서다.
◇국회 움직임도 분주..환노위, 김재철 사장에 출석 통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쪽 움직임도 주목된다.
환노위는 다음달 2일 김재철 사장에게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문회가 실제 열릴 가능성은 낮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환노위의 경우 야당 비율이 높고 위원장도 야당 소속인 데다 김 사장이 증인 출석 요구를 연거푸 2번 어긴 점에서 명분이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를 여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닐 것으로 본다”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MBC 노조 ‘재파업 카드’ 만지작..MBC 사태 해결 실마리는 언제쯤?
고민이 깊어진 건 MBC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다.
MBC 노조는 당초 25일 방문진 이사회 결과를 보고 파업을 다시 단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170일 장기파업을 진행한 뒤 사측의 강경한 징계로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동력을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MBC 노조는 일단 김 사장의 해임안이 최종 부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과 실제 해임안이 부결되면 재파업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부에서 공유하고 차후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방문진 이사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에게 “조만간 가시적 행동”을 보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