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료방송에 대한 디지털 전환 촉진법을 놓고 방송가가 갑론을박하고 있다.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 준비중인 이 법에 대해 지상파방송사는 사실상 케이블방송을 특정해 지원하는 법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다.
케이블방송은 이에 대해 저소득 유료방송 가입가구를 한정해 지원하는 법이라며 반박하는 입장이다.
지상파가 극렬히 반대하는 상황이지만 법안에 담겨 있는 클리어쾀TV(셋톱박스가 내장된 반값 디지털TV) 에 대해서는 IPTV와 위성방송 등 경쟁업계는 물론 시민단체에서도 우려가 없지 않다.
유료방송 진영의 경우 가입자 이탈을, 시민단체에서는 저가형 시청료체제가 고착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근원적으로 저소득 지원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상파 디지털 전환도 완벽히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유료방송으로 포커스를 맞추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같은 복잡한 상황을 교통정리 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논란이 커지자 김장실 의원측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 이해당사자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유료방송의 디지털전환 지원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방송문화를 선도하는 조건으로 무엇보다 디지털 격차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그래서 필요하고 그 취지로 법안 제정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객관적 입장에서 토론회 내용을 듣고 합의를 끌어내겠다”고 했지만 이날 토론회는 업계 시각차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사회를 맡은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모두가 시청자 복지를 내세우고 있는데 업자들마다 이야기가 다 다르다”고 쓴소리를 보탰다.
◇방통위 “시청권 보호하고 저소득 지원하자는 취지”
방통위는 지난 10월 유료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대책을 밝힌 바 있다.
이는 김 위원이 발의 준비 중인 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요금 감면과 클리어쾀TV 도입으로 저소득 유료방송 가입 가구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아날로그TV 보유 가구의 시청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HD신호를 SD 혹은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 송출케 의무화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송상훈 방통위 디지털방송정책과장은 30일 토론회에서 논란 많은 클리어쾀TV 도입과 관련해 “현재로선 정부의 규제대상이 아니지만 현 상태로 전면 도입될 경우 방송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채널 수를 가능한 최소화 하는 내용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린 다른 나라와 달리 지상파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돼도 1000만 가구가 넘는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와 SD 위성 가입자가 있다"며 "이들을 디지털로 전환해 시청자 복지를 이루는 게 다음 정부 정책과제로 본다"고 정책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각 쟁점마다 방송사들 입장 차는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규제 법안이란 점에서 이해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동의를 구했다.
◇지상파 “클리어쾀TV가 저가형 RO시대 다시 열 것”
이에 대해 지상파측은 예상대로 날을 세워 비판했다.
김혁 한국방송협회 정책실장은 “케이블방송에 대한 디지털 전환 촉진 지원 법안이라고 하는 것이 오해가 없을 것”이라며 지원 범위를 재고하던지 법안명을 바꾸는 게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실장은 “유료방송의 디지털 전환 중요성과 시급성을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지상파방송이 모든 시청자에 100% 접근 가능케 하는 게 우선돼야 하고 유료방송은 그 위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안의 세 가지 문제점을 들었다.
김 실장은 “클리어쾀TV의 지원대상이 저소득층이라고 얘기했지만 저가상품은 결국 저가경쟁을 낳는다”면서 “유료방송의 이런 경쟁이 결국 콘텐츠 산업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또 저작권 이슈와 결부되는 내용이 법안에 담긴 것은 유감스럽다며 그 부분은 사업자 자율로 해결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한시적으로 정한 기간이 너무 길다”며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촉진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법이 이렇게 긴 시간을 두고 정책 시행을 이야기하는 것은 내용적으로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클리어쾀TV가 RO시대를 다시 열까 우려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케이블사업자 아닌 저소득 가구 지원..우리도 희생 감수하고 도입 결정”
케이블방송은 지상파측 주장에 대해 “법안은 케이블사업자 아닌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또 케이블업계에도 부담을 지우는 내용이 담긴 만큼 업계 내에도 이견이 많고 그런 희생을 감수하고 도입하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받아쳤다.
성기현 티브로드 전무는 “지상파 의무 송출 부분을 보면 우리는 디지털, 아날로그, SD 이렇게 3개씩 내보내게 된다”며 “방송 주파수 대역에 채널을 여럿 보낼 수 있는 데도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에겐 짐이고 규제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또 클리어쾀TV가 저가구조를 고착화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10년 전과 달리 지금은 경쟁이 심해져서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그 부분에 대한 우려는 노파심으로 여겨도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성 전무는 “저가구조 고착화는 사실 우리도 잘못한 게 많이 있고 그 부분은 학습효과를 거쳤기 때문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해법은? “시청자 중심으로 생각하면..”
시청자 자격으로 참석한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지상파방송이라는 무료보편적 서비스를 수신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1000만 가구 뿐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아날로그 시청자가 있는 만큼 순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 국장은 “유료방송 가입자가 많은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디지털 전환 지원 역시 당연히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방통위는 얼마 안 되는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하면서 유료방송 이야기를 하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애초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 특별법을 만들 때 전환 과정의 마스터플랜을 갖고 매체별로 어떻게 지원이 가야 하는지 고민됐더라면 오늘 이 자리는 없어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민단체에서 여름에 전국 실태조사를 했는데 난시청이 평균 90% 이상 해소되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지상파방송의 직접수신율이 낮았다”며 “그런데도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수신환경이 이처럼 합리적이지 못한데 이미 디지털 환경으로 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의 공수는 지상파와 케이블·방통위로 갈렸지만 노 국장은 지상파에도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디지털 전환의 불협화음은 애초 직접수신 환경을 철저히 구축하는 데 실패한 지상파에 원죄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 국장은 “12월 말 블랙아웃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인데 그 우려는 사실상 지상파가 만든 것 아니냐”며 “지상파가 제발 좀 신뢰를 보여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