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광풍 속에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어서 관련 업계는 중소 영역에 대한 진출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할 태세다. 반면 금호아시아나 측은 공익사업 운영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데다 관련 업계로의 진출 계획 또한 없다며 지나친 확대해석에 당혹해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3년 1월 중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등의 소속회사 변동현황'에 따르면 금호아시아 그룹의 비영리 재단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학교법인 죽호학원은 항공운수지원 서비스업, 경비용역 및 부동산 관리, 통근 버스업, 보험사 대리점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설립된 회사는 (주)KA, (주)KF, (주)KG, (주)KI 등 4개 회사다. 금호그룹의 비영리 재단이 이들 회사를 설립한 것은 문화재단의 운영자금 마련과 그룹 내 용역 등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앞서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은 지난해 5월 약 600억원의 금호석유 주식을 처분하고, 금호타이어 주식을 매입했다.
문제는 금호석유는 매년 일정 금액의 배당금을 문화재단에 배당했지만 금호타이어는 배당금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금호석유의 배당금이 사라지면서 운영자금이 줄어든 문화재단이 4개 회사를 설립함으로써 그 이익금으로 공익사업을 위한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용역 등에 따른 비용 또한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에는 항공운수지원 서비스업을 담당하는 KA와 경비용역 및 부동산 관리를 담당하는 KF가 편입됐다. 또 학교법인 죽호학원에는 통근버스업과 경비·청소업을 하는 KG와 보험사 대리점을 하는 KI가 설립됐다.
KG와 KF는 각각 자본금 1억, KI와 KA는 각각 자본금 2000만원의 소규모 회사로 그룹 계열사들의 원자재부터 소모성 자재 등을 조달하는데 있어 가교(架橋)역할을 하는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사들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기내 서비스업과 금호산업의 건물 보험영업, 그룹의 부동산 경비업무 및 관리 업무 등이 주요 업무이며, 보험 업무는 발생하는 중간 수수료를 수령한다.
우리나라의 보험 대리점 업계의 지난해 9월까지 매출액은 생명보험 6810억원, 손해보험 14조3328억원이며, 수수료 이익은 대리점마다 다르지만 통상 10% 수준으로 계산, 1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 보험대리점 협회에 따르면 개인대리점은 3만여개, 법인대리점 4000여개로 총 15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대부분 10명 미만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30대 대기업이 보험대리점업을 운영하면서 피해가 속출, 개인대리점을 중심으로 휴·폐업하는 곳이 증가하는 추세다.
청소 용역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공동주택환경관리협회는 청소용역을 하는 소규모 회사들이 모여 만든 사단법인이다. 업계는 청소용역 시장규모가 현재 약 1조원으로 최근 청소 부문이 전문화됨에 따라 시장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의 한 청소용역업체 관계자는 "청소용역은 1000만원 정도의 소규모 자본만 있어도 창업할 수 있는 회사지만 인건비가 많이 소요되는 대표적인 인력 중심 산업"이라며 "이런 사업까지 대기업에서 직접 영위하면 자금이 부족해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작은 회사는 당연히 망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들 회사는 금호그룹의 MRO 성격이 강하다"며 "그룹에서 돈이 되는 MRO 계열사를 늘리고 싶었는데 워크아웃 중이라 눈치가 보여 비영리 재단 밑으로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중소업계의 우려가 지나치게 과장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에 신설되거나 편입된 회사들은 공익사업인 문화재단과 학교법인 운영자금을 위해 설립했기 때문에 관련 시장 진출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이번 회사 설립은 단순 문화재단의 운영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장에서 생각하는 만큼 규모도 크지 않고, 수익 전부는 문화 및 장학사업에 다시 환원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소업계에서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계약을 하고 있던 용역 회사를 인수했기 떄문에 하던 사업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 및 장학이라는 공익사업에 투여되는 자금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게 관련 회사들을 설립했을 뿐, 단순 이해 추구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또 관련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가 분명히 없는 만큼 불필요한 오해가 빚어져 당혹스럽다는 추가 설명도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