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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정유업계 '안방' 자리 차지했다
정유사, 정유사업보다 아로마틱 생산에 집중
입력 : 2013-02-25 오후 2:43:32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주업인 정유 사업보다 윤활유와 화학섬유 원료인 아로마틱 제품(BTX, 파라자일렌 등) 생산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약세로 정유 사업부문 부진에 시달렸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투자한 석유화학 부문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정유사업 부진으로 인한 적자폭을 줄였기 때문이다.
 
◇정유사업 부진·석유화학 급성장
 
25일 정유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GS칼텍스와 S-Oil(010950)은 정유사업 부문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SK이노베이션(096770) 역시 전년 대비 78% 급감하는 등 국내 정유사들의 정유사업 부문은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 정유사의 석유화학 부문은 무려 50% 급성장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정유사업에서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2791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급감했지만,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7511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1조6911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S-OIL 역시 지난해 정유사업은 347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같은 기간 석유화학사업은 전년 대비 84%나 뛰어오른 83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정유부문 손실을 메웠다.
 
정유사업 부문 5085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인 GS칼텍스도 석유화학 부문 76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아로마틱 제품 가격 강세..천연가스 투자 활발
 
업계는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부문 실적 약진을 주력 생산품인 아로마틱 제품 가격 강세로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로마틱 제품 강세를 '셰일가스 열풍효과'로 분석했다.
 
◇글로벌 크래커 증설 추세(자료제공=LG경제연구원)
지난해 미국을 중심으로 불어온 셰일가스 개발 열풍으로 전세계적으로 정유 시설에 투자하기보다는 천연가스 중심의 투자가 활발했다.
 
특히, 가스 기반 에탄크래커 신·증설이 원유기반 정유시설인 납사크래커 신·증설을 압도하면서 아로마틱 계열 제품들의 글로벌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 아로마틱 제품은 가스 기반 에탄크래커보다 정유시설 연관 납사크래커에서 생산량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량 감소는 곧바로 아로마틱 제품 가격 강세로 이어졌다.
 
아로마틱 제품 중 벤젠은 원료와의 가격차이에서 나오는 마진이 2011년 4분기 t당 109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415달러로 4배 이상 많아졌다. 톨루엔과 파라자일렌 역시 지난 2010년과 비교하면 40% 이상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아로마틱 계열 제품의 시황 강세가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석유화학 제품 대량 소비국들이 내수 증진정책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공급량은 수요를 따라갈 만큼 늘지 않아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유영국 KTB증권 연구원은 "벤젠·톨루엔·파라자일렌(BTX) 생산량의 원료인 에틸렌은 원유 기반 납사크래커가 가스 기반 납사크래커보다 생산량이 월등히 많다"며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로 생산원가가 가스가 저렴한 에탄크래커를 많이 가동하고 납사크래커는 적게 가동해 BTX 비중이 작아져 글로벌 공급량이 감소해 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정유사,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시장 상황 대처
 
정유사들 역시 올해 석유화학 부문에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시장 상황에 적극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까지 인천과 울산에 각각 1조6000억원, 1조원 규모의 파라자일렌 공장을 완공하는 등 석유화학 부문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GS칼텍스도 2015년까지 2년에 걸쳐 7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GS칼텍스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제4중질유분해 시설(VGO FCC)이 상반기 중 완성으로 정유사업 부문을 강화해 석유화학 사업과 더불어 떨어진 영업이익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1조3000억원이 투자된 제4중질유분해 시설은 하루 5만3000배럴의 중질유를 분해할 수 있는 시설로, 이를 통해 GS칼텍스는 국내 최대의 고도화 능력(1일 26만8000배럴)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 국내 최고의 고도화 비율(34.6%)을 달성하게 된다.
 
합성섬유의 주원료인 파라자일렌(PX) 생산 부문 국내 1위인 S-Oil은 지난해 PX 설비를 완성해 수익성 보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2007년 이후 17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설비투자에 투입했다"며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회사는 GS칼텍스로 연간 1조3000억원, SK이노베이션과 S-Oil도 각각 1조원과 6000억원가량 투자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등 경영 외적 요인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석유화학분야 진출 배경"이라며 "국내 조선업체들이 '조선'보다는 '해양플랜트' 사업 비중을 점차 확대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염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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