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폴란드의 연주단체 '루토슬라브스키 콰르텟'이 23일 저녁 통영국제음악제(이하 TIMF) 무대에 올랐다. 폴란드국립앙상블의 일원으로도 활동 중인 이 현악4중주 단체는 특유의 예민하고 지적인 연주로 관객들에게 현대음악의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었다.
안타까운 점도 있었다. 공연을 앞두고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환풍기의 미세한 잡음이 들렸다. 현대음악은 우연성과 즉흥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의 집중도가 연주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은 연주 시작 전 잡음을 해결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지만 시정되지 못했고, 관객의 몰입에도 일부 방해가 됐다.
루토슬라브스키 콰르텟은 저명한 폴란드 현대음악가 루토슬라브스키와 시마노프스키, 콰르텟 멤버인 마르코비츠의 곡을 연주했다.
첫 곡은 루토슬라브스키의 현악 4중주였다. 존 케이지에 영향을 받아 작곡된 이 곡은 1악장에서 날카로운 현음들이 서로 모방하는 듯 연주된다. 2악장에서는 피치카토로 음을 더욱 세분화 하기도 하고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하다가 다시 날카로운 바이올린 현음의 단편들로 끝을 맺는다.
두번째 곡으로는 시마노프스키의 현악4중주 2번이 연주됐다. 1악장에서는 바이올린의 우울한 선율, 첼로의 저음이 전체 분위기를 지배하는 가운데 표현주의적인 합주가 중간중간 삽입돼 격렬함을 맛보게 했다.
2악장은 변형된 론도 형식의 곡이다. 1악장과 마찬가지로 우울한 주제부가 자주 반복되는 가운데 빠른 속도의 삽입부가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4개 악기가 푸가적 형식을 빚어내며 곡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마르코비츠의 현악4중주 2번이 무대에 올랐다. 저음부와 고음부가 아슬아슬하게 음을 지속해나가다가 불현듯 단호한 첼로의 음이 스쳐지나가며 기이한 분위기를 낸다. 마지막 부분에서 각 파트의 반복이 지속되다 조용히 사라지듯 음악이 끝나면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바이올리니스트 야쿱 야코비츠, 마르친 마르코비츠, 비올리스트 아르투르 로즈미스워비츠, 첼리스트 마치에이 므워다브스키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서로 간 절묘한 호흡을 선보였다.
특히 각 연주자들의 개성이 묻어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야코비츠의 극도로 날카로운 바이올린 현음, 마르코비츠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곡실력, 로즈미스워비츠의 소박하고 안정적인 비올라 음색, 므워다브스키의 격정적인 첼로 음색은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현대음악의 매력과 가능성을 느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