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극단 차이무의 <바람난 삼대>는 유쾌하고 따뜻한 공연이다. 작품은 심오한 예술적 깊이를 추구하기보다는 관객과 호흡을 강조하며 소극장 연극 특유의 묘미를 살린다. 상업적 연극을 꺼리지만 진지한 연극 또한 부담스러운 관객에게 추천할 만한 공연이다.
(사진제공=이다엔터테인먼트)
이 공연은 지난해 2인극 페스티벌에서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인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극적 재미의 8할은 1인 3역을 맡아 숨가쁘게 변신하는 배우들로부터 나온다. 극 중 모든 남자 배역은 배우 송재룡이 연기하고 모든 여자 배역은 배우 공상아가 맡는다.
극은 서울의 한 아파트 공간을 배경으로 삼아 이곳에 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 삼대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다. 집이 빈 줄로 착각하고 이들 삼대가 각자 애인을 집으로 초대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1인 3역의 2인극 형식이므로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 그리고 각각의 애인은 서로 무대에서 마주칠 수 없다. 극은 무대에 최대 2인밖에 나올 수 없는 한계 상황을 극적 재미로 활용한다. 이 같은 설정은 '서로의 눈을 피해 유쾌한 연애행각을 벌인다'는 극의 줄거리와도 적절히 어우러진다.
무대에 세워진 세 개의 벽은 '바람난 삼대'를 상징하는 동시에 삼대 간의 불통(不通)을 암시하기도 한다. 극의 진행을 위해 필요한 세대 간 대화는 이곳에서 벌어진다. 세 개의 벽 뒤는 일차적으로 의상 전환을 위한 기능적 공간이자 각자의 방으로 상정되며, 더 나아가 세대 간 갈등을 상징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삼대는 극 초반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 간헐적으로 벽 뒤에서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손주가 할아버지의 연애를,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아들의 연애를 엿보게 되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자연스레 세대별 사랑에 대한 풍자도 이뤄진다. 아버지 세대는 직위와 체면 때문에 새로운 사랑에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아들 세대는 경제적 문제로 사랑의 갈등을 겪는다. 이 공연은 눈치 볼 것 없이 사랑에 올인하는 할아버지 세대의 사랑에 가장 큰 점수를 준다.
랩과 올드팝, 트로트 등의 음악으로 시끌벅적한 웃음을 유발하고 관객석과 무대 사이 제4의 벽을 적극적으로 허물며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메시지만큼은 분명하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 보게 되면 모두들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연출 민복기, 제작 이다엔터테인먼트, 출연 송재룡, 이중옥(더블캐스트), 공상아, 6월30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