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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끊어진 모든 것 다시 연결하는 '진짜 통일'
국립국악원 소리극 <아리랑>
입력 : 2013-06-28 오후 6:52:40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때는 바야흐로 2018년. 한반도가 통일됐단다. 별다른 맥락도 없이, 갑자기 어느 날 통일은 그렇게 당연한 현실이 된다. 작가 겸 연출가인 오태석 특유의 기습적이고도 긍정적인 상상력은 소리극 <아리랑>에서도 여전하다. 허무맹랑한 판타지이건만 구구절절 한 설명보다 되려 설득력이 있다. 이즈막의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통일의 논리를 차곡차곡 구축해 내는 일이 오히려 판타지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국립국악원의 '대표브랜드'라는 타이틀을 달고 제작된 소리극 <아리랑>은 통일이 된 어느 날 카자흐스탄에서 타계한 홍범도 장군의 유골을 고국으로 봉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화를 다룬다. 만주에서 백두산을 넘어 고국에 이르는 여정을 담은 이 작품은 통일의 대상을 남북한에 국한시키지 않고 역사의 풍랑 속에 디아스포라를 경험한 이주자까지 확대하며 한민족의 지형을 큼직하게 다시 그려낸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모두를 하나로 감싸는 것은 바로 '아리랑'의 선율이다. 자진 아리, 해주아리랑, 독립군 아리랑, 상주 아리랑 등 다채롭게 작·편곡된 기쁨의 아리랑이 공연 도중 극장 곳곳에 울려 퍼진다.
 
(자료제공=국립국악원)
 
하나가 되는 것은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다. 통일과 생명이라는 담론을 연극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몰두해온 오태석 연출가는 이번 <아리랑>에도 한반도를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본다. 단절 됐던 땅이 회복된 것을 축하라도 하듯 연출가는 육지와 바다의 생명체를 모두 불러 모은다. 죽음마저도 하나됨을 막지 못한다. 통일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산 자와 죽은 자가 어우러진다. 모두가 통일의 주체인 동시에 대상이 되고, 무대 위는 한바탕 잔치라도 벌어진 것처럼 줄곧 북적댄다.
 
주로 생략과 비약을 통해 독특한 미학을 빚어내는 '오태석 표' 공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뒤를 모두 잘라놓고 하나가 된 기쁨만을 강조하는 데 머물지는 않는다. 공연 중간중간 연출가는 통일 이전에 하나됨에 대한 간절한 소원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소원은 특별히 남편 홍범도와 6.25 전쟁 때 포로교환으로 브라질에 간 아들을 기다리는 122살 먹은 할머니의 행동과 홍범도 장군의 유골을 모셔오는 '고려극장'의 여성국극단을 통해 상징화된다. 통일 이전에, 할머니는 크고 작은 장독을 새끼줄로 묶으면서 언젠가 장독들처럼 남편과 아들과 한 데 묶이게 되길 빈다. 생명유기체의 온전한 회복 이전에, '고려극장'의 여성국극단은 메마른 아랄호수에 정성스레 기우제를 드린다. 이렇게 간절한 소원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마침내 백두산 호랑이도, 백두산 호랑이란 별명을 지닌 홍범도 장군도 한반도 땅을 밟게 된다.
 
가장 한국적인 연극을 만드는 연출가로 평가받는 오태석의 상상력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음악과 소리다. 마치 마당놀이 판처럼 특별히 셋팅된 도구 없이 한껏 열려 있는 무대에서 신명과 섬세함을 두루 갖춘 국악관현악 연주가 울려퍼지고, 출연 배우들은 그 위에 시적인 운율과 해학성을 띈 대사와 소리를 녹여낸다. 대극장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열린 형식의 무대 위에서 마이크 도움 없이 소리와 음악을 무리 없이 표현, '한국형 뮤지컬'이라 불릴 만한 새로운 문법을 확보한다.
 
작·연출 오태석, 음악감독·작곡 박범훈, 작곡·편곡·지휘 김성국, 안무 문근성, 의상디자인 이승무, 조명디자인 이경천, 소품디자인 박영애, 출연·연주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극단 목화 외, 30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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