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무대 위에 잠깐의 긴장감이 흐른 후 이윽고 학생의 연주가 울려 퍼진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박수를 치는 사람은 첼리스트 지안 왕(사진). 연주 내내 매의 눈으로 연주자들을 지켜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지안 왕은 '브라보, 판타스틱'부터 연호했다.
26일 대관령 알펜시아 평창홀에서 지안 왕의 일대일 지도를 받은 행운의 주인공들은 리스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브라이언 챙, 영국왕립음악원의 페이야오 구오, 커티스 음악원의 김지인 등이다. 이날 지도는 대관령국제음악제의 교육 프로그램인 '마스터클래스'라는 이름 아래 진행됐다.
부드럽고 달콤한 칭찬 이후에는 어김없이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2번 F장조, op.99'을 연주한 브라이언 챙은 프레이징을 좀 더 크게 해보라는 주문을 받았다.
"커다란 이미지를 가지고 다 연결해서 연주해야 해요. 춤에 비유를 하자면 땅에 발을 붙이고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마치 바람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훌륭한 댄서와 그렇지 않은 댄서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어요. 훌륭한 댄서는 동작 하나하나를 전부 연결하는 사람이에요."
아시아 출신 연주자로서 경험했던 것에 비춘 충고도 잊지 않았다. "비슷한 연주가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그 때 관객에게 마치 사과하는 것처럼 하면 안 돼요. 다른 사람 생각하지 말고 자기 자신만 생각해서 연주해요. '이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다'라고 강하게 주장하세요."
페이야오 구오는 엘가의 '첼로 협주곡 E단조, op.85'를 연주하며 슬픔의 여러가지 결을 살려 복잡한 슬픔을 표현하라는 주문을 받았고,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2번 D장조, op.101'을 연주하며 '완벽하다'는 칭찬을 받은 김지인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 독주자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팁을 조언 받았다.
이날 마스터 클래스는 일반인에게도 공개됐다. 미래의 클래식 꿈나무들인 초중고 학생들 외에 클래식 애호가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예술영재들의 연주 실력을 감상하는 것 외에 거장의 곡 해석을 듣는 재미, 지도를 받은 후 달라진 연주를 듣는 재미 덕분인지 꽤 긴 시간 동안 관객 대부분이 자리를 지켰다.
거장들의 연주 비밀을 엿볼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는 축제 기간 중 4일까지 총 14회에 걸쳐 진행된다. 현재까지 비올리스트 윙 호, 피아니스트 백혜선, 첼리스트 지안 왕 등의 수업이 마무리됐고 이후 첼리스트 다비드 게링가스,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슈토프 벤진, 첼리스트 게리 호프만, 바이올리니스트 고이치로 하라다 등 명장들의 수업이 이어진다. 티켓은 현장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다.
(사진제공=대관령국제음악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