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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의 스포츠에세이)최인철 감독, 박은선에 사과는?
입력 : 2014-07-29 오전 8:37:48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이용수(55)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언론 앞에 섰다. 이 위원장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술위원회의 향후 계획을 말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을 포함한 기술위원회는 ▲조영증(60) 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프로와 K리그 협조) ▲김학범(54) 전 성남 감독(각급 대표팀 기술과 전술지원) ▲김남표(50) 대한축구협회 전임강사(유소년 육성) ▲신재흠(55) 연세대 감독(대학과 아마추어 육성) ▲정태석(42) 리버풀존무어스대학교 박사(스포츠 의·과학지원) ▲최인철(42) 인천현대제철 감독(여자축구 발전)으로 채워졌다.

◇최인철 현대제철 감독. (사진=여자축구연맹)

최인철 현대제철 감독에게 눈길이 간다. 그가 기술위원회에 뽑혔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여자축구에 인재풀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가 속했던 집단의 과오가 벌써 잊혀졌다는 사실이다. 

◇박은선 사태 벌써 잊었나? 

지난해 11월 '박은선 사태'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창피한 일이다.
 
여자축구 WK리그에서 만년 하위권이던 서울시청이 박은선의 원맨쇼에 힘입어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마음을 못 잡고 방황하던 박은선은 서정호 감독의 지도 속에 완벽하게 부활했다. 

그러자 여자축구 7개 구단 중 서울 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 감독들이 박은선의 성별 문제를 제기했다. 

6개 구단 감독들은 박은선의 성별 검사까지 요구했다.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014시즌을 보이콧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서를 한국여자축구연맹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서울 시청 서정호 감독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픈 마음을 전한 박은선은 충격이 가시지 않아 이 자리에 오지 못했다. 
 
박은선이라는 여자 축구 스타는 한순간에 굳건한 카르텔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이방인이 됐다. 

이미 박은선은 2003 미국여자월드컵과 2004 아테네올림픽 여자대표를 지냈다. 박은선이 방황하며 축구를 하지 못할 때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8년 만에 부활해 리그를 휘어잡자 이를 흔들려는 나머지 6개 구단 감독의 불순한 의도가 엿보였다. 

당시 감독들은 이상균 수원시설관리공단 감독, 유동관 고양대교 감독, 손종석 충북스포츠토토 감독, 이미연 부산상무 감독, 강재순 전북KSPO 감독과 최인철 현대제철 감독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유동관 감독과 이성균 감독은 사퇴했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여자축구연맹은 박은선의 성별 진단을 요구한 감독들의 행동은 성희롱이 아니라고 지난 21일 결론 내렸다. 대한축구협회도 딱히 큰 제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선 사태는 그렇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습이다. 

지난 3월10일 W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최인철 감독은 6개 구단 감독을 대표해 "박은선을 오래 봤다.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좋은 선수로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심심한 유감 한 마디 언급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그 자리에는 당사자인 박은선도 없었다. 박은선은 이미 몇 번의 언론 인터뷰를 하며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은선은 러시아로, 최인철 감독은 기술위로 
 
박은선은 마음고생 속에서도 축구를 놓지 않았다. 지난 5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박은선은 6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제 박은선은 러시아 여자프리미어리그에서 뛸 계획이다. 박은선은 서울 시청을 떠나 러시아의 FC로시얀카 이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박은선은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기타 부수적인 것들 몇 가지만 조율하면 유니폼을 갈아입을 전망이다.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하고 박은선은 "도전하겠다"며 축구 선수로의 인생을 다짐했다. 

그 사이 박은선을 괴롭혔던 6개 구단 감독 중 한 명인 최인철 감독은 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속으로 들어갔다. 팬들이 '혁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그를 선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최인철 감독은 2010년 독일에서 열린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사상 최고의 성적인 3위를 달성했다. 이어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을 지휘하기도 했다.
 
여자 축구계에서 최인철 감독의 지도력은 검증됐다.

지소연(첼시레이디스), 문소리(스포츠토토), 김나래(여주대학) 등 여자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도 최인철 감독의 지도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능력을 떠나 한 선수를 괴롭혔던 집단에 최인철 감독 이름이 올라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리더의 자질과 역할이 과연 가시적 성과내기에만 있는 것인지 축구계에 묻고 싶다.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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