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한국 축구에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가 나타났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인 축구 유망주다.
16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이승우(16·후베닐A)는 14일 태국 방콕 라자만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8강전 일본과 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2-0 승리를 홀로 이끌었다.
◇지난 8월28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이승우(오른쪽). ⓒNews1
특히 후반에 터진 2번째 골이 화제다.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했다. 상대가 일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극적이었다.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골이었다.
이승우는 후반 2분 하프라인을 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을 잡았다. 골문과 약 60m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부터 그는 드리블을 하기 시작했다. 수비수 3명을 달고 골키퍼 앞까지 치고 나갔다. 마지막에는 골키퍼마저 제치고 일본의 골문을 갈랐다.
이승우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 U-16 축구대표팀은 내년 10월 칠레에서 열리는 17세 이하(U-17)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했다. 2009년 이후 6년 만에 이 대회에 나서게 됐다.
이승우가 뛰고 있는 FC바르셀로나 후베닐A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스템의 최종 단계다. 2군 바로 아래에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이승우는 리오넬 메시를 이을 '리틀 메시'로 불리고 있다.
13살이던 2011년 바르셀로나로 건너간 이승우는 각 단계에서 우승과 득점왕을 휩쓸었다. 빠른 성장 속도에 그는 매년 자신의 나이보다 높은 단계로 월반했다.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메시와 비슷한 플레이를 한다"고 이승우를 극찬했다. 이런 높은 관심 속에 이승우는 지난 3월 바르셀로나와 5년 재계약을 맺었다. 7월에는 후베닐A로 올라왔다. 지금처럼만 성장한다면 사실상 1군 진입이 확실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승우의 성공에 마냥 기뻐하기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이승우의 재능은 한국이 낳았을지 몰라도 그걸 키워낸 것은 결국 스페인이다. 이승우의 성장과 성취는 개인의 노력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시스템인 '라 마시아'가 이끈 것이다.
그가 골을 넣은 뒤 펼치는 세리머니와 매 인터뷰마다 보여주는 자신감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이런 자세는 과거 한국 선수들에게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축구를 대하는 자세와 사고방식에서부터 이승우는 이전 선수들과 다름을 엿볼 수 있다. 자유로운 사고와 효율적인 훈련 속에 이승우의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왔다고 본다. 항상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에게 들을 수 있는 "체계적이면서도 짧은 훈련"이 이런 점과 맞물린다.
훗날 대표팀에서 이승우를 부를 때 미리 대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를 비롯한 수많은 유럽에서 뛰고 있는 유소년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것이다.
◇일본전에서 골을 넣은 뒤 관중석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이승우. (사진캡쳐=KBS N 중계화면)
이승우 이전에도 '한국 축구의 미래'로 기대를 한몸에 받은 선수들은 많았다.
과거 김종부와 김병수(현 영남대 감독)부터 이동국(전북현대)과 박주영이 있었다. 그들은 이승우보다 더 성장한 19세 이후에도 "아시아 수준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선수"라는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부실한 선수관리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성인 무대에서는 당초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승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같이 언급되는 이강인(13·발렌시아)만 해도 그렇다. 그가 한국을 떠난 과정은 여러 이해관계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 얽혔다.
한국에서 태어난 재능있는 선수들이 한국에서 성장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최근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커지고 있다. 더욱 가속도가 붙었으면 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재능 있는 선수가 한국 토양에서 다듬어지는 때가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