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스의 트로이 길렌워터. (사진=KBL)
[고양=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워낙 힘이 좋아. 라틀리프보다 더 세다니까."
지난 27일 오리온스와 경기를 앞둔 허재(KCC) 감독은 트로이 길렌워터(오리온스)를 두고 "좀 전에도 인터뷰 하러 가는 걸 봤는데 상체 근육이 정말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국인 선수 중 리카르도 라틀리프(모비스)가 가장 힘이 센 선수로 꼽히는데 길렌워터는 그보다 더 힘이 장사라는 설명이었다.
허재 감독은 "길렌워터가 볼 핸들링도 좋고 캐치력도 있다. 어지간한 패스는 넙죽넙죽 채간다"면서 "어떤 수비를 해도 자기 평균 득점을 해나가고 있다. 당연히 잘 막아야겠지만 길렌워터에서 파생되는 공격을 막는 게 지금은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허재 감독이 꺼낸 방법은 하승진(KCC)에게 길렌워터를 맡기고 적절한 협력 수비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허재 감독의 전술 또한 다른 구단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다음 기회로 밀렸다. 경기에 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리온스는 KCC를 81-58로 크게 누르며 개막 8연승을 이어갔다. 길렌워터는 19득점 12리바운드로 골밑에서 제몫을 다했다. 221cm의 하승진도 그에겐 크게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추일승 감독은 "길렌워터와 이승현이 하승진을 잘 막았다"며 수비에서도 그의 활약을 칭찬했다.
오리온스는 2011~2012시즌 원주 동부가 세운 개막 8연승과 동률을 이뤘다. 프로농구 역대 최초 개막 9연승과 역대 통산 최초 1라운드 전승에 1승만 남겨뒀다.
오리온스는 올 시즌 1순위 신인 이승현이 가세하고 장재석이 한층 성장하면서 전력이 급상승 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뽑은 길렌워터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8경기에서 평균 26분44초를 뛰며 25득점 8.4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전체 선수 중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5일 부산 KT와 경기에서는 33점을 터뜨리기도 했다.
개막 직후 9개 구단을 상대로 이런 성과를 거뒀기에 각 구단은 치열한 분석에 들어갈 전망이다. 한 농구단 관계자는 "전력분석팀에서 약점 찾기에 한창"이라고 전했다.
2004~2005시즌 안양 SBS(현 KGC)의 15연승을 이끌었던 단테 존스가 떠오른다. 존스도 결국 각 구단이 치열한 전력분석을 거듭한 끝에 약점을 드러냈다. 당시 '존스가 터닝슛을 할 때 한쪽으로 몰면 급격히 슛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허재 감독도 "길렌워터가 픽앤롤 수비에 다소 약점이 있는 것 같다. 3점슛도 조금은 약한 것 같다"며 "이제 1라운드일 뿐"이라고 전력분석에 집중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다만 길렌워터는 이날 3점슛 3개를 던져 1개를 넣으며 허 감독의 분석과는 다르게 외곽슛에도 강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