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표회의가 주말 내내 진통을 겪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총 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2일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 2대 쟁점을 놓고 논쟁을 벌였으나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대표단은 13일 오후부터 협상을 재개했으나 밤 늦은 시각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동계는 당초 두 쟁점을 논의 의제에서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쟁점 토론회’가 열렸던 지난 7일을 기점으로 두 쟁점을 ‘중장기 논의과제’로 떼어내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처음부터 취업규칙과 일반해고 문제를 타협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협상시한 제시, 여당의 노동개혁 관련 법안 당론 발의 예고, 3개 관계부처 장관들의 노동개혁 독자추진 예고 등을 통해 끊임없이 노동계를 압박했다. 지침에서 입법, 다시 지침으로 수단만 바꿨을 뿐, 정부는 노사정 대타협 여부와 관계없이 두 쟁점에 대한 대책 마련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노사정 대타협을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김대환 위원장도 말했듯 협상을 10일까지 마치겠다고 밝힌 적도 없는데 경제부총리가 협상시한을 정하고, 이 시한을 자기들도 못 지키면서 노동계만 압박하는 형국”이라며 “쟁점 사안들의 경우도 원래는 입법 사안이다. 지금은 가이드라인으로 하겠다고 하는데, 합의가 안 되면 입법이든 가이드라인이든 어려워지기 때문에 명분을 만들기 위해 노동계에 동의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당초 예고한대로 14일부터 당정협의 등을 통해 노동개혁 독자 추진을 위한 후속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다. 새누리당도 15~16일 중 의원총회를 열어 당정협의 결과를 토대로 노동개혁 법안들을 당론 발의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 11일 노동개혁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입법 사안에 대해서만 노사정 합의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입법 사안이 아닌 취업규칙·일반해고 지침은 노동계·야권의 반발에 관계없이 강행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노사정위원회 협상이 재개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회의실에서 김동만(왼쪽부터) 한국노총 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