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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우간다까지 갔어야 했나
입력 : 2015-10-22 오후 2:34:13
최근 최 부총리가 "한국 금융이 우간다 보다 못하다"며 금융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올해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금융 부문이 81위였던 우간다보다 못한 87위였다며 금융개혁의 명분을 강조했다.
 
특히, 4시 마감 연장에 대한 날선 비판을 더했다. 소비자를 위한 개혁에 적극 나서라는 것으로, 그의 말대로라면 금융권은 개혁에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이다. 발언은 이내 큰 논란을 가져왔다. “맞다. 은행들이 갑질을 하고 있다”라는 호응 여론은 그의 정략적 의도를 뒷받침했다.
 
금융권에서는 "우간다로 금융을 배우러 가야겠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왔다. 한 나라의 경제부총리라는 사람이 금융권의 실정도 모른 채, 무작정 단순비교 대상으로 우간다를 가져온 것에 대한 답답함과 불만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우간다의 금융시장은 어떨까. 우간다의 지불 수단은 대부분 현금으로, 소매의 75~85%가 현금으로 거래된다. 신용카드 등의 신용거래는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이다. 금융감독도 상품이 먼저 나온 후 뒤늦게 규제를 만드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우간다 금융시장은 시장점유율 19%대의 스탠빅뱅크와 14%대의 스탠차트우간다가 양분하고 있다. 모두 외국계 은행이다. 스탠빅뱅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탠다드 뱅크그룹의 자회사고, 스탠차트우간다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가 만든 은행이다.
 
이 같은 점들을 비춰봤을 때 WEF의 금융 경쟁력 평가는 시장 개방성으로 요약된다. 은행권의 1~2위를 외국계에 내주고, 소비자 보호보다 금융상품을 자유롭게 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세금 탈루의 여지가 많은 현금거래가 자유로워야 우리는 우간다 금융시장보다 앞서 갈 수 있다.
 
한 나라의 부총리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믿고 싶다. 이조차 몰랐다면 무식이다. 그런 가정 하에 그의 발언은 국내 금융시장을 우간다 수준으로 오픈해야 한다는 뜻으로 귀결된다. 임종룡 위원장의 수수료 자율 정책도 최 부총리의 생각과 보폭을 같이 한다. 현실은 수수료를 못 올리게 억제하고 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은행은 더욱 그렇다. 은행이 수익을 많이 내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정부 눈치를 보느라 수수료를 올릴 수도 없다. 반면 금융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시장을 개방하고 수수료 전쟁에 나서야 한다.
 
서민 챙기기와 금융사 수익증대, 두 가지를 양립시키겠다는 것은 아이러니 자체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진실해질 때다. 금융개혁이 글로벌 금융사를 위한 초석을 만들자는 것인지. 표심 잡기 위한 포석 중에 하나인지.
 
고재인 금융부장 
 
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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