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통상해고(일반해고) 지침을 놓고 현장의 반발이 거세다. 고용부는 이를 ‘부당해고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쉬운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우선 해당 지침의 공식 명칭은 ‘공정인사 지침’이다. 고용부는 지침에서 객관적·합리적 기준에 의한 공정한 평가를 진행했고, 교육훈련·배치전환 등 개선의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개선 가능성이 없고, 업무상 상당한 지장이 초래돼 사회통념상 고용관계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됐을 경우 저성과자 통상해고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상해고는 판례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법률용어는 아니다. 현행 근기준법 제 23조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원이 ‘정당한 이유’라고 인정한 해고 사례들을 정부가 통상해고가 가능한 경우로 받아들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지침은 판례를 중심으로 기술됐다.
하지만 지침의 효력을 놓고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현장에서 법률 해석의 실질적 기준이 돼, 지침을 활용하는 쪽의 의도에 따라 악용될 우려가 있다. 또 판례를 기초로 한 지침이라고 해도 실제 법리적 판단과는 다를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쟁점은 객관적 인사평가가 가능하냐이다. 일례로 민원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악성민원인이 붙는다면 이 직원은 민원처리가 지연되고, 민원처리 건수가 줄어들고, 다른 민원인들의 만족도가 하락함으로 인해 ‘객관적 지표’에 따라 감점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경영진 등의 목적에 따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런 식의 인사평가는 인사관리체계가 비교적 까다로운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실제로 행해지고 있다.
여기에 지침을 기업이 제멋대로 해석·적용해 노동자를 해고했을 때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는 ‘부당해고’로 결론 낼 가능성이 높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일 경우 개인이 재취업을 포기하고 2~3년간 법적분쟁을 이어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지침이 ‘안전장치’는커녕 부당해고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통상해고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해고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률전문가는 “사업자와 노동자 간 관계는 사회경제적 우열관계다. 1대 1의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라며 “노동관계법은 이런 불균형한 관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회법이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노동자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그런데 법에도 없고 법의 취지에도 반하는 지침을 만들어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는 건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지난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노동개악 2대 행정지침 무효선언 및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마친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정부의 '양대 지침' 관련 의견 표명 및 정책권고 요청서를 인권위에 제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