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자넷 옐런(사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다시 한 번 비둘기파 면모를 드러냈다. 연설을 통해 금리 인상과 관련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내비쳤던 금리인상 신중론을 되풀이한 것으로 최근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던 다른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의견과는 상반되는 것이기도 하다.
연준 일인자인 옐런 의장이 다시 한 번 비둘기적인 발언을 하며 시장에서는 올해 후반에나 금리가 인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옐런 “신중한 금리 인상이 맞다”
연설하고 있는 자넷 옐런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29일(현지시간) 뉴욕이코노믹클럽에서 연설을 가진 옐런 의장은 "세계 상황이 앞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위험을 키웠다"며 "현재 경제와 금융 여건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12월보다 덜 우호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옐런 의장은 "미국 경제는 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하방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옐런 의장은 "전망에 대한 이러한 위험을 감안했을 때 연준이 통화정책을 변경할 때 신중하게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서도 옐런 의장은 "이러한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면서 "올해 물가는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서 옐런 의장은 "필요할 경우 경제 부양에 나설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옐런 의장은 이번 연설에서 '세계 경제 리스크'라는 단어를 19번이나 반복했다.
따라서 옐런 의장이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티븐 스탠리 앰허스트 피어포인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옐런 의장은 반이 찬 물컵을 보고 비어있다며 물컵을 버릴 정도의 급진적 비둘기의 모습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다나 사포타 크레딧스위스 경제리서치 부문 이사 역시 "현재 미국 경제가 긴축 사이클에 있는 가운데 흥미롭게도 옐런 의장은 긍정적 요소보다는 하방 위험을 더욱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연준 위원들 의견 반박에 혼란 가중
한편 옐런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을 모두 반박하는 것이다. 지난 한 주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은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며 매파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현재 연준 인사들과 옐런 의장의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은 총재와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은 인플레이션 상승을 확신하며 4월이나 6월 중에 금리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여전히 옐런 의장은 인플레이션 관련 보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옐런 의장과 연준 인사들의 의견이 엇갈리며 시장에서는 혼란이 커진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CNBC는 "옐런 의장이 매파들을 밀어내며 혼란을 키웠다"고 전했고 워드 맥카시 제프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옐런은 투자자들에게 립서비스와 부정적 경고를 던지면서 연준 전망에 자신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스탠리 이코노미스트 역시 "옐런 의장의 경제 평가는 시장 전문가와 연준 인사들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주요 외신들은 현재 옐런 의장과 다른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향후 FOMC 회의에서 옐런 의장이 상반되는 의견을 취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리 인상 예상 시기 점점 늦춰져
옐런 의장의 발언으로 시장에서 미국의 두 번째 금리 인상 예상 시기는 점점 늦춰지고 있다.
연준 인사들과 발언이 엇갈리긴 했으나, 옐런 의장이 연준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만큼 옐런 의장의 발언에 더욱 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 선물시장에서 4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6%에서 0%로 아예 사라졌고 6월 금리 인상 가능성 역시 38%에서 28%로 10%포인트 낮아졌다.
살 과티어리 BMO캐피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옐런 의장의 발언은 4월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2분기 경제 상황에 따라 6월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스티븐 엔글란더 씨티그룹 전략가 역시 "4월 금리 인상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제 시장은 올해 후반은 돼야 금리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 2번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날 보고서를 발간한 씨티그룹은 올해 2번 금리 인상 전망을 1번으로 낮췄다.
윌리엄 리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옐런 의장이 매파 의견을 눌렀다"면서 "옐런 의장의 단호한 비둘기파 발언에 미루어봤을 때 올해 금리 인상이 한 번만 단행될 것"이라고 분석하며 금리 인상 예상 시기는 9월 또는 12월로 전망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