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의 7월 통화정책회의가 임박했다. 특히 이번 회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첫 회의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시장 상황이 다소 안정된 만큼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규모 확대 등의 추가 부양책은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9월에는 추가 액션이 발표될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하고 있다.
7월 ECB회의, 기존 정책 유지할 듯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마켓워치는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을 인용해 이번 회의에서 ECB가 금리를 동결하고 추가 부양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금융시장의 충격이 진정된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추가 부양에 대한 힌트를 주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브렉시트 이후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유럽의 금융시장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달러 대비 가파르게 하락했던 유로화 역시 서서히 반등하고 있으며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던 독일 10년물 국채도 0을 향해 올라오고 있다. 유로스톡스50지수도 반등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 전략가들은 투자노트에서 “시장이 브렉시트 투표 이후 대체로 안정을 되찾았다"면서 "따라서 오는 21일에 있을 이번 7월 회의에서는 향후 나올 부양책에 대한 힌트를 주는 것만으로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브렉시트가 유럽 경제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책당국자들이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보길 원한다는 지적이다.
엘윈 데 그룻 라보뱅크 선임 유로존 전략가는 “브렉시트의 영향을 가늠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면서 “9월은 돼야 실질적인 부양책들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현재 ECB가 마땅히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이 남은 것이 아니라며, 따라서 남은 카드를 모두 소진하는 데 있어 신중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크 딕스미어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즈 수석 이사는 “ECB가 쓸 수 있는 수단이 점점 더 적어지고 있다”면서 “따라서 남은 수단들을 매우 특별한 환경에서만 써야 한다는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7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것 역시 ECB의 동결 가능성을 높인다고 마켓워치는 설명했다.
BoAML 전략가들은 “BOE가 행동에 나서지 않은 것이 ECB가 좀 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전했다.
경제 불안감에 9월에는 부양책 나올 듯
그러나 금융시장 회복에도 여전히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브렉시트 이후 20% 넘게 급락했던 유럽 금융주의 경우 회복되고 있긴 하나 아직 브렉시트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멀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에도 브렉시트의 불안감은 여실히 나타난다. 독일의 투자 자신감을 나타내주는 ZEW 경기기대지수는 2012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길스 모엑 BoAML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문제들은 ECB에 의해서 무시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내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따라서 다수의 전문가는 ECB가 9월에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며,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와 같은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드라기 총재가 경제 둔화 조짐이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추가 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9월 행동 개입에 대한 구체적인 힌트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부양 도구에 대해서 마켓워치는 이미 마이너스대인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보다 양적완화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미 ECB는 지난 3월 예치금리를 마이너스(-)0.4%까지 떨어뜨린 바 있기 때문이다.
팀 그라프 스테잇스트릿글로벌마켓 이사는 “아마 금리와 관련해서는 쓸 수 있는 옵션이 다 떨어졌을 것”이라면서 “사실상 금리와 관련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