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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부실기업 돌려막기' 관리 도마위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부실 자회사 통한 지원에도 법정관리행…"차별화 전략없이 일감 몰아준 결과"
입력 : 2019-01-09 오후 5:23:2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현대상선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연명했던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가 결국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서, 산업은행의 '부실기업 돌려막기'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시 산업은행은 부실 자회사 간에 일감을 주고받는 등 '돌려막기' 방식으로 땜질 처방했다. 수빅조선소에 현대상선의 수천억원 혈세가 투입됐는데도 법정관리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9일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전문가는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특수선종 등 차별화된 방안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대책없는 몸집 줄이기, 수주 몰아주기에만 매달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2016년 자율협약을 통해 1200억원을 지원하고, 한진중공업은 2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매각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2017년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의 선박 2척을 시세보다 10%가량 싸게(약 1820억원) 매입하게 했다. 현대상선은 싼 가격으로 선박을 매입하고 한진중공업은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였지만, 국책은행 자회사 간의 '부실 돌려막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수빅조선소는 현대상선의 수천억원 혈세를 지원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키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이 한국 중소조선사의 근본적인 문제를 잘못 진단한다고 비판한다. 자산매각 등 중소조선사의 몸집 줄이기와 국적선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는 일시적인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대학교 교수는 "그간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을 통해서 중소조선사를 지원한 것이 수조원에 이른다"면서 "단순히 돈만 대주는 것이 아니라 중소조선사 기술경쟁력 등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대학교 교수는 "구조조정에 자금지원은 필요하지만,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방향도 함께 나와야 큰 효과가 난다"며 "산업은행이 금융논리에 매몰돼 돈만 지원한다면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컨트롤타워가 아닌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이 중소조선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특수선종 등 산업구조를 제고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 중소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벌크·중형 탱커는 이미 중국에서 값싸게 나와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보다 열세인 규모의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수선종 등 차별화된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C대학교 교수는 "중소조선사 '대한조선'이 파산 직전에서 특수선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처럼 산업은행은 중소조선사가 기술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성동조선이 열악했던 이유는 주력 선박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던 선종들이었기 때문"이라며 "대형조선사들이 기술력 강화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매진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 대형조선사가 연간 수주실적에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달성했지만, 정작 중견·중소조선사가 법정관리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수주실적 1위는 대부분 LNG(액화천연가스)선 등 대형조선사의 기술력으로 인한 성과라서, 규모의 경제조차 뒤처진 중소조선사는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서울 여의도 본점 산업은행.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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