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확성기 사업 입찰 비리로 기소된 업체 대표와 브로커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조용현)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알선수재)·입찰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주식회사 인터엠 전 대표 조모씨에게 징역 3년, 협력업체 대표 안모씨와 다른 협력업체 운영자 차모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군이 선호하는 입찰조건 제공 등 브로커 노릇을 한 뒤 인터엠과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안씨와 차씨에게 제기된 알선수재 혐의는 알선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보긴 어려워 무죄로 판단, 각 2년형을 선고한 원심 보다 6개월 감형됐다.
육군 중령 전역 후 범행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송영근 전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차씨에게 사업 정보 등을 제공한 김모씨는 원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검사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외 임직원 등 5명은 모두 징역 1년6개월~2년6개월에 집행유예 3~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그 어떤 예산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사용돼야 할 국방예산이 이 범행으로 소홀히 집행돼 종국적으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대북확성기 사업은 2015년 8월 박근혜정부 당시 북한의 DMZ 목함 지뢰 도발을 계기로 대북심리전 강화 차원에서 진행됐다. 군은 2012~2015년 4년간 합계 약 30억원에 불과하던 확성기 예산을 2016년 약 300억원으로 증액하고, 고정형 24대와 기동형 16대 제조설치 및 납품계약 입찰을 공고했다. 브로커를 동원한 군 관계자 로비 등을 통해 유리한 정보를 입수한 인터엠이 사업을 낙찰, 국군재정관리단과 약 166억원 상당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제안서와 평가서를 허위 기재하고, 독일과 미국 등에서 완제품으로 수입한 핵심 부품을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등 군 당국을 기망한 사실도 밝혀졌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면서 입찰·계약 업무를 국군심리전단 재정담당관 1명에게 맡기고, 스피커의 10킬로미터 가청거리 충족여부 등 검토 없이 급히 사업을 진행해 불량 스피커가 그대로 납품, 대북심리전에 사용된 사정 등 군 당국의 허술함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군 당국의 과실을 피고인들의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