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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유해용 법정 선 임종헌, '증언거부', '모르쇠' 일관
첫 증인 나섰지만 '김빠진' 공판…불편한 검찰 신문 피하고 변호인 질문엔만 성실히 답변
입력 : 2019-07-08 오후 5:03:01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법정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은 검찰의 거의 모든 신문사항에 증언을 거부하거나 "기억이 없다" "모른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재판장 박남천)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판사에 대한 3회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첫 증인으로 사법농단핵심인물인 임 전 차장 출석이 예정돼 관심을 모았다. 본인 사건 때처럼 어김없이 정장 차림으로 품에 서류봉투를 안고 법정에 선 임 전 차장은 증인신문 시작 전 절차 중 하나인 재판부의 증언 거부권고지를 듣고,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의사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검찰의 주신문은 첫 질문부터 제동이 걸렸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이 질문에 앞서 신문 사항과 연관된 본인에 대한 4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제시하며 읽어보라고 하자, “이 사건과 관련 없는 공소사실도 다 보라는 말씀이시냐고 되물었다. 이에 신문범위의 적절성을 두고 변호인과 검찰, 재판부 간 한 차례 실랑이가 벌어졌다.
 
임 전 차장은 재판장님, 제가 증인으로서 하나만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은 뒤,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재판장에게 저에 대해 기소된 공소사실을 토대로 추단해보면 아마도 사건 요약 문서 유출에 관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만 증인신문이 예정된 걸로 알고 있고 나머지 부분은 다 거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후 임 전 차장은 작정한 듯 대부분의 질문에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합니다혹은 제 사건과 직접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합니다라고 답했다. 형사소송법상 자기나 친족 등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 있는 증언, ‘변호사 등 직에 있던 자가 업무상 위탁받은 관계로 알게 된 사실로서 타인의 비밀에 관한 증언은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은 심지어 서두에서 ‘2005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2006~ 2008년 행정처 등기호적국장으로 재직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도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한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가 해당 질문은 거부사유가 없는 걸로 봐야 한다며 증언을 요청한 뒤에야 ” “정확한 기억은 없다” “잘 모른다등 단답형 답변을 이어갔다.
 
사실상 진술은 변호인 반대신문이 돼서야 나왔다. 유 전 판사의 혐의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용성형 시술을 해주던 박채윤씨의 의료기기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툭허분쟁 사건 진행 내용 관련 보고서 작성을 지적재산권조 총괄 재판연구관에게 지시해 청와대에 전달했는지 확인하는 대목에서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에 전달된 문건에는 담당 특허조사관의 이름과 검토 중인 사실 등이 포함돼 있었는데, 임 전 차장은 피의자 신문 당시 이런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에 꼭 보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임 전 차장은 변호인이 법정에서 제시한 사건절차 진행 등 보안 유의사항관련 문건에 대해 법원 재직 중 저런 유의사항의 존재여부를 몰랐고, 대외행정업무나 여러 가지 사법행정상 목적을 위해 행정처 차장도 대법원 연구관 보고서 검색시스템에 대한 접근권이 부여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재주신문 기회에 이 답변에 주목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보고서도 볼 수 있는지, 접속해 알게 된 보고서 내용을 외부에 알려준 사실이 있는지등 세부 내용을 묻자, 임 전 차장은 다시 기억이 없다고 일축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5월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4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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