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정부가 공매도 규제책을 꺼내들었다. 한시적 금지가 아닌 과열종목 지정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코로나19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공매도가 늘자 시장안정조치로 제시한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형욱 국조실장, 성윤모 산업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요건을 완화하고 공매도 금지기간을 2주로 연장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아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공매도 관련대책의 구체안이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란 비정상적으로 공매도가 급증하고 가격이 급락하는 종목에 대해 다음달 하루동안 공매도를 금지해 공매도 과열현상에 대한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제도다.
과열종목 지정기준 완화 …거래금지기간도 2주로 연장
금융위는 과열종목 지정대상을 기존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내놓은 안에 따르면 당일 주가가 5% 이상 하락한 코스피 종목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평소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면 과열종목으로 지정된다. 코스닥은 그 기준을 2배로 낮추기로 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기존기준은 각각 6배, 5배였다. 또 주가가 20% 이상 하락한 종목은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을 코스피 2배, 코스닥 1.5배로 지정하는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주식의 공매도 금지기간도 기존 1일에서 10거래일(2주)로 연장했다.
최근 코로나19로 공매도 거래가 늘자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2019년 3180억원이었지만 2010년1월과 2월 각각 3964억원, 5091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2일부터 9일까지는 6428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장 불안심리가 증폭되면서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개별종목 특성에 따라 과도한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3월에 도입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에 대해서는 주가 하락의 근본적 대책될 수 없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 연구원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에 대해 "어느 종목에 공매도가 몰리는지 시장에 알리는 효과가 있을 뿐 주가 하락을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원성은 그대로…"과열종목 지정확대가 아니라 한시적 금지해야"
이날 금융당국이 내놓은 공매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가 아니라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료를 내고 "주가 급락으로 불안정한 우리 주식시장이 공매도로 인해 더 흔들리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재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즉각적으로 시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제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선제적으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의 대책은 국내 주식투자자가 아닌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금융당국의 컨틴전시 플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금융시장이 추가로 악화되면 이 방안이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홍 부총리 역시 "시장동향을 밀착점검하며 이미 마련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이날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금융안정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가능한 정책수단을 적극 활용해 금융안정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 카드를 내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세계증시가 단시간에 폭락했을 때 한시적 금지 조치를 취했었다"면서 "미국장 폭락이후 10일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만 봐도 지금이 그런 조치를 시행할 때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가 주식시장 효율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매도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보가 시장에 공급되며 주가의 합리적 조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공매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주식시장에서는 주가의 과대평가 등이 발생하지 않아 공매도 이후에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공매도 찬성론의 요지다.
한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를 허용한 49개국에서 27개국이 공매도 금지를 포함한 공매도 규제조치를 단행했다. 금융당국 역시 2008년 10월1일부터 2013년 11월14일까지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비금융주의 경우에는 2008년 10월1일부터 2009년 5월31일과, 2011년 8월10일~2011년 11월9일, 두 기간에 걸쳐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