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코로나19로 해운업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글로벌 해운사들의 2만300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메가 컨테이너선’ 확보 경쟁은 활발하다. 당장 발주해도 배가 건조돼 인도될 때까진 최소 2년의 시간이 걸리므로 현재 업황이 어려워도 대형화 추세 속 근 미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콩 컨테이너선사인 OOCL은 최근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이 중국 코스코쉬핑그룹과 합작해 설립한 다롄코스코가와사키조선소(DACKS)와 난퉁조선소(NACKS)에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선가는 척당 1억5568만달러(약 1906억원)로, 2023년부터 인도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유럽 항로를 독자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을 만큼의 잠재력을 갖추겠다는 포부다. OOCL은 2015년부터 아시아~유럽 항로 선대 확장에 나서기 시작해 2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확보했지만, 2016년 해운업 위기와 2017~2018년 모기업 OOIL그룹 매각 등을 겪으며 추가 투자가 지연된 바 있다. OOCL 측은 “현재 시장이 혼란스럽지만 지금 하는 투자가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우리의 입지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동량이 줄어 당장의 해운업황은 침체돼 있지만, 환경규제로 인한 노후선 폐선과 컨테이너선 대형화 추세 속 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계속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 하팍로이드와 일본 ONE도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각 6척씩 2022년 중반 인도 조건으로 발주하기 위해 조선소들과 건조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에 나선 가운데 홍콩 OOCL이 5척을 발주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표 제작/표영주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현재 2만3000TEU급 메가 컨테이너선은 스위스 MSC가 11척을 운영 중인 가운데, 프랑스 CMA CGM과 대만 에버그린도 메가 컨테이너선 각 10척과 9척을 발주해 인도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상선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서 각각 7척과 5척을 올해 인도받을 예정이다.
다만 늘어나는 선복량(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총량)만큼 물동량이 증가할지를 놓고 보면 해운사들의 대형화 경쟁이 실효성 있는 투자일지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2만TEU급 기존 컨테이너선들도 (화물을) 다 못 채우고 다니는 건 뻔히 알려진 사실인데 진짜 필요해서 투자하는 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영업 전략을 잘 짜서 2만3000TEU를 다 채우기만 하면 단가 경쟁력이 높아져 1만8000TEU 같은 선박으로는 경쟁이 안 될 정도가 된다”며 “나중에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도태되지 않기 위해 일종의 전략적 투자를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메가 컨테이너선 건조는 한국과 중국 조선소의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2만3000TEU급 선박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중국 CSSC에서 수주해온 가운데, 다롄·난통조선소가 첫 진출을 하는 셈이다. 다만 발주처인 OOCL의 모기업 OOIL그룹이 코스코쉬핑그룹에 인수된 만큼 같은 코스코쉬핑 계열 조선소에 일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