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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피해 자율 보상? 당국-증권사 '동상이몽'
금감원 "자율배상 사례 더 나와야" vs 증권업계 "자본시장법 위반 우려"
입력 : 2020-05-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부실펀드 피해 보상과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증권사들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한 증권사의 자율배상 사례를 치하하면서 라임펀드 판매사들의 자율적인 투자자 피해 보상을 기대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경영진이 투자자 손실 보상을 해주고 싶어도 배임 문제에 걸릴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0일 금융당국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라임 배드뱅크 설립에 불참 의사를 밝힌 일부 판매사들이 있지만, 판매 규모가 높은 대형사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만큼 운용사 설립은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금감원과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한 주요 판매사는 불참 입장인 증권사들의 참여 독려를 하고 있다. 윤석원 금감원장이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몇 개 회사에서 이견이 있지만 5월 중 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배드뱅크에 참여하기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라임펀드 자산 가치가 훼손되기 전에 회수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출자금 부담은 배드뱅크 설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큰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배드뱅크가 무난히 출범하고 일정 금액을 환수한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라임펀드 판매사별로 투입 시기에 따라 원금 손실률의 차이가 있고, 투자고객 피해 보상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배드뱅크를 통한 회수와 그 이후 증권사와 투자자간 분배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특히 라임자산운용과 증권사들 간 TRS 계약이 펀드 상환 규모의 변수로 여겨진다. TRS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의 요구에 따라 주식?채권?메자닌 등의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는 계약이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사실상 대출을 받아 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증권사는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TRS 계약이 종료되면 증권사들은 수익률과 상관없이 일반 투자자보다 우선순위로 자금을 상환 받을 권리가 있다. 증권사가 먼저 자금을 회수하면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 불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4개 모펀드에 투자한 자펀들에 대한 증권사별 TRS 계약 금액은 △신한금융투자 6005억원 △한국투자증권 1567억원 △KB증권 1000억원 △NH투자증권 98억원 순이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라임펀드 판매사들이 TRS 우선 상환 권리를 어느정도 포기하고 투자자들의 손실 보상에 우선 나서 줄 것을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배드뱅크 환수 후 분배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연초부터 라임과 TRS 거래를 한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언제든 TRS 대출 회수에 나설 수 있고 법적으로도 막을 명분이 없어 불안요소가 상존한다는 관측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금 회수는 계약서상으로도 인정되는 권리라 당국이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법정 소송으로 가더라도 TRS 증권사들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드뱅크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면 투자자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이나 법정 소송으로 가야 된다. 금감원은 당국의 분쟁조정 절차전에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투자자 손실 배상에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하나은행(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신영증권(라임자산운용 펀드), KB증권(호주 부동산펀드)도 자율배상을 했다"며 "금감원이 촉구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그런 사례가 계속 퍼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를 대상으로 한 현장조사를 마쳤고, 늦어도 7월엔 분쟁조정에 착수한다. 현재까지 라임운용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500여건에 이른다.
 
사기 혐의가 입증된다면 금감원이 100% 배상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증권사 등 판매사들이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또다시 투자자 피해 회복이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라임 투자자들은 판매사들이 투자 대상 및 방법, 수익구조 및 수익률, 운용성과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파악되기 전에 라임 사태에 대해 보상하면 배임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불완전판매라고 결론을 내도 일괄적인 피해 보상은 무리라는 게 증권사의 시각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판매사가 섣불리 손실을 보상했다가 자본시장법상 손실보전금지 조항 등에 위배될 수 있다"며 ""배임 우려 때문에 이사회에서 통과부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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