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전기버스를 탔다.
빈자리가 많아 2인석 맨 앞줄을 지나는데 한 아주머니가 손짓하며 말씀하셨다.
"어서 여기 앉아요~"
사양하기도 전에 이끌리듯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아주머니는 마음속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난 5월에 남편이 세상을 떠났어요. 살기가 싫어요.
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집에 가는 길이에요.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힘이 없네요."
순간 가방을 뒤졌다. 사탕 하나라도 있었으면 드렸을텐데 아무것도 없었다.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아주머니는 남편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얼마나 자신을 아끼고 잘해주던 사람이었는지, 담담한 듯 눈물을 머금은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러다 문득 말씀하셨습니다.
"그 사람은 ○○대 ○○과를 나왔어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지?? 내 학과 선배 ???.
한 정거장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고. 아주머니는 바로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셨다.
"힘내세요. 아저씨도 잘 견디기를 바라실거예요."
몇 마디 위로를 건넸지만, 아주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스치듯 내 손을 잡으시며 급히 내리셨다. 난 내 손을 내려다보고, 바로 눈을 들어 그분의 뒷모습을 쫓았다.
버스는 다시 출발했고, 내가 따라 내리기라도 했어야 했나 생각하며 한동안 창밖만 바라봤다.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다는 것은, 단순히 가족 한 사람을 잃는 일이 아니라 함께 살아온 시간과 일상을 통째로 잃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먼저 떠난 남편도, 혼자 남게 될 아내를 가장 걱정하며 눈을 감으리라.
오늘 버스에서 만난 이름 모를 아주머니.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덜 아프시기를, 내일 또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 자신의 말을 들어줄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으시기를, 따뜻한 말 한마디 해드릴 누군가를 어서 찾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조금이나마 되찾으시기를 조용히 기도했다.
버스 안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아주머니는 낯선 사람인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쩌면 위로가 필요했던 것은 답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단 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남겨질 사람들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잠시라도 들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큰 위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