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기 거버넌스 14시간 전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그러나 검찰개혁을 멈춰서는 안된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은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더 큰 분노를 불러온 것은 범행의 잔혹함만이 아니었다. 피의자 차량에서 발견된 케이블타이가 압수목록에서 빠졌다는 의혹, 채증 영상 삭제 의혹, 담당 경찰과 피의자 가족의 부적절한 접촉 의혹까지 잇따라 제기되면서 경찰은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할 기관이 됐다. 국가수사본부가 직접 특별수사에 나선 것만으로도 이번 사건이 단순한 부실수사를 넘어 형사사법제도의 신뢰를 흔드는 사안임을 보여준다.


이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포함한 형사사법 개혁 논의와 맞물리면서 또 다른 논쟁을 낳고 있다. 경찰 수사의 허점이 드러난 만큼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하는 것 아니냐" 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특정 사건이 제도의 방향을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사건은 철저히 수사하고 책임은 엄정하게 묻되, 제도는 장기적인 원칙과 경험 위에서 설계해야 한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을 약화시키는 데 있지 않다. 어느 한 기관도 수사권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권력을 분산하는 데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권한이 한 기관에 집중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경험했다. 과거 검찰은 직접수사와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서 표적수사, 별건수사, 정치적 수사 논란을 반복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수사가 정치의 중심에 섰고, 검찰 권한을 견제해야 한다는 요구도 그 과정에서 커졌다. 검찰개혁은 그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사건이 경찰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이번 사건은 경찰 역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기관이며, 그 권력 역시 철저한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경찰의 실패를 이유로 검찰 권한을 되살리는 것은 과거의 문제를 다시 선택하는 것일 뿐이다. 필요한 것은 권한의 회귀가 아니라 경찰개혁이다.


경찰개혁은 구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압수물은 접수부터 보관, 이동, 폐기까지 전 과정을 전산으로 기록하고 외부에서도 추적 가능한 디지털 증거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채증 영상은 임의 삭제가 불가능하도록 자동 보존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모든 열람과 수정 기록을 남겨야 한다. 경찰 비위를 조사하는 독립 감찰기구의 권한도 확대해야 한다. 국가수사본부 역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뒤늦게 특별수사에 나서는 조직이 아니라, 평소에도 중요 사건을 상시 점검하고 수사 품질을 평가하는 실질적인 감독기관으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피해자 보호나 공소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검사가 제한적으로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장치를 둘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안전장치여야 한다. 예외를 이유로 원칙을 뒤집는 순간 개혁은 멈추고, 권력은 다시 한곳으로 모이게 된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은 끝까지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위법이나 은폐가 있었다면 관련자는 누구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검찰개혁을 되돌리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검찰 권한의 부활이 아니라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와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예정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대신 그 빈자리는 더 촘촘한 경찰 통제와 투명한 수사 시스템으로 채워야 한다. 광주 여고생 사건이 남겨야 할 교훈은 검찰개혁을 멈추라는 것이 아니라, 경찰개혁까지 완성해야 비로소 형사사법 개혁이 끝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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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열린창문 G · 13시간 전

검찰,경찰,사법부 모두 개혁해야한다는 의견에 찬성

성하기 G · 13시간 전

지금 국회에서 준비하고 있겠죠?

전남친 P · 7시간 전

사건의 진상 규명은 철저히 하되, 제도는 장기적인 원칙 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완성돼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짜고미 G · 6시간 전

옳소~~!!! 명쾌한 요점 정리 입니다.

재재파더 G · 6시간 전

찬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