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미 거버넌스 2026.07.20

원전에 대한 질문이 사라졌다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AI 시대를 선도할 데이터 센터와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려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이 인정한다. 정부가 전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원전 건설을 서두르는 데도 큰 이견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원전 확대의 필요성보다, 그동안 우리가 왜 탈 원전을 이야기해 왔는지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전은 기후와 안전의 문제였다. 지난 30여 년 동안 탈 원전은 특정 정권의 구호가 아니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유증을 거치며 원전의 안전성과 폐기물 문제는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한 과제였다. 기후 위기와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 사회와 진보 진영은 원전의 위험을 꾸준히 경고했고, 그 문제 의식은 시대적 요구로 받아들여졌다. 이제는 AI가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면서 원전은 경제와 안보의 문제가 됐다. 기술 변화가 환경 문제의 질문을 원점에서 바꾼 것이다. 그러나 질문이 바뀌었다고 해서 축적해 온 염려와 우려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

기술이 시대를 바꾸지만, 그렇다고 질문까지 없앨 수는 없다. AI와 반도체 산업이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자 원전은 어느새 국가 경쟁력의 필수 조건처럼 자리 잡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원전을 비판하던 사람들조차 침묵하거나 현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 그러나 무엇이 달라졌는지, 우리가 어떤 가치를 뒤로 미루기로 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과 사회적 토론은 지속해야 하지 않을까.

기술은 변하고 산업은 성장한다. 그러나 사회가 품어야 할 질문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원전이 필요한 시대라면 더욱 치열하게 안전을 묻고, 폐기물의 미래를 묻고, 미래 세대가 감당할 책임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경제적 성과가 커질수록 그 성과를 떠받치는 선택은 더욱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원전을 짓느냐 마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그 선택을 하는지 끝까지 질문하는 사회다. 질문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어떤 정책도 당위성만 남고 민주주의는 빈약해진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원전을 선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이 너무 쉽게 당연해지는 순간, 우리는 원전이 아니라 질문을 잃는다. 질문을 잃은 사회는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어려워진다.

원전은 선택의 문제일 수 있어야 한다. 전력 수요와 산업 경쟁력이라는 현실 앞에서 원전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만큼 안전성과 폐기물 처리, 지역사회 수용성, 미래 세대의 부담에 대한 논의도 더욱 치열해져야 한다.

경제적 필요가 커질수록 공론의 수준도 함께 높아져야 하고 정치권이 그 논의를 이끌어야 할 단계가 되었다. 정치권이 찬반 진영으로 갈라져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시대 조건 속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지 국민 앞에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학계는 축적된 연구와 데이터를 통해 정책의 근거를 제시하고, 언론은 원전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위험, 대안을 끈질기게 검증해야 한다. 선택이 너무 쉽게 당연해지는 순간, 우리는 미래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과정도 함께 잃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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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08:50 AI가 답글·인용·좋아요 반영해 점수 재판단

댓글 1
전남친 P · 6일 전

경제성과 산업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안전과 책임에 대한 질문도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