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은 84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상 최장 상승 기록에 불과 한 주 차로 다가섰다. 그런데 정작 시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집값이 아니라 세금이다. “재산세 부담이 너무 커졌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실제로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조정, 각종 보유세 논의가 이어지면서 자가 보유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과거보다 커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서울의 고가 아파트 보유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큰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재산세 논란을 단순히 세금 액수의 문제로만 해석하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은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볼 때 OECD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처럼 지방재정이 재산세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지만, 그렇다고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왜 국민들은 세금 폭탄을 맞고 있다고 느낄까.
문제는 세금 액수 자체보다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재산 증식 모델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산층의 성공 공식은 비교적 단순했다. 실거주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한 뒤 여력이 생기면 한 채를 더 사서 임대를 놓고 자산을 늘리는 방식이었다. 서울 집값이 장기적으로 상승해 왔기에 이 전략은 상당 기간 유효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투자 시장이 아닌 주거 시장으로 재편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투기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질서 회복이라는 정책 기조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통계는 서울 전체가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는 하락하고, 중랑·도봉·서대문 등 실수요 중심 지역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서울 집값 상승이 강남이 끌고 비강남이 따라가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시장의 무게중심이 투자 수요에서 실수요 수요로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특정 정책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시장 내부의 흐름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갖는 이유가 현재 내는 재산세 액수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라기보다 앞으로 두 번째 집을 사거나 유지하는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세금이 현재의 생활을 위협하기보다 미래의 기대수익을 줄인다고 느끼는 순간 저항은 더욱 커진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근로소득보다 부동산 보유가 더 빠른 자산 증식 수단이라는 경험을 축적해 왔다. 냉정히 말하면 오늘날 재산세 논란의 상당 부분은 세금 자체에 대한 저항이 아니다. “나도 언젠가는 집을 한 채 더 사서 자산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흔들리는 데 대한 반발이다.
물론 정부 역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세 저항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세금은 경제적 부담일 뿐 아니라 심리적 부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책 방향 자체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실수요 중심의 시장 재편이라는 목표는 단기적인 여론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견지되어야 한다. 정부는 재산세 개혁이 단순한 증세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줄이고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혁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취지와 방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면 국민은 세금을 부담으로만 인식하게 되고, 개혁의 필요성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특히 정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보유세 정책을 수시로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남겨두면 오히려 투기적 수요를 자극하고 정책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 시장이 받아들여야 할 메시지는 명확하다. 실거주 중심 시장으로의 전환은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장기적 국가 전략이며, 재산세 정상화 역시 쉽게 되돌아가지 않을 정책 기조라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값 84주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은 분명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그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의 시대에서 실거주 중심의 주거 시장으로 이동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어쩌면 재산세 논란의 본질은 세금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다. 국민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재산세 고지서가 아닐지 모른다. 부동산만으로 부를 축적하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현실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