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미 거버넌스 2일 전

대권의 길을 가려는 자의 소양

어제 봉지욱 기자가 진행한 양수진 씨 인터뷰를 시청했다. 양 씨는 인터뷰에서 과거 기업인 행사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 옆자리에 섰고 여러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한 적이 있었지만, 이후 검찰 수사와 출국금지 조치 등을 겪으며 오랜 시간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사업이 기울고 사생활이 무너졌으며 언론에 이름과 얼굴이 공개되면서 정상적인 사회활동조차 쉽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려 했던 과거를 가장 후회한다고 말했다.

양 씨의 주장이 모두 사실인지는 수사와 검증의 영역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며칠이면 잊히는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몇 년 동안 이어지는 재난이 될 수 있다. 정치인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지만, 그날 이름이 공개된 일반인은 원하지 않더라도 그 다음 날부터 전혀 달라진 세상을 살게 된다. 정치적 공방은 새로운 뉴스에 밀려 사라지지만, 당사자가 감당해야 하는 낙인과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게 된다.

최근 한동훈 의원의 김승원 법무부 장관 관련 연이은 기자회견과 폭로전을 보며 더욱 걱정스러워진다. 양씨의 직업이 무엇이든 함부로 언론에 폭로되어 마땅한지는 한동훈 개인이 떠맡아 나설 일은 아닐 것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이를 권력 감시와 야당의 정당한 견제라고 평가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물론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검증과 폭로는 같은 말이 아니다. 국민은 정치인이 얼마나 날카롭게 공격했는가보다 얼마나 공정하고 책임 있게 문제를 제기했는가를 보고 판단 할 것이다.

한동훈은 오랫동안 검사로 경력을 살았지만, 정치는 검찰청이 아니다. 검사가 범죄 혐의를 찾아내고 책임을 묻는 사람이라면, 정치인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역할이며 정치권의 리더라면 더 역할 이 더욱 중요하다 할 것이다. 두 영역은 필요한 자질이 다르다는 것을 아직 배우는 중이라면 지도자의 열량을 키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반증이 될것이다.

진보 진영이 한동훈을 비판할 때 반복적으로 꺼내는 말이 있다. 바로 '검사 정치'다.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몰아세우고, 정책 경쟁보다 대결 구도를 앞세우고 있다, 타협보다 충돌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청문회가 열리는 시간에 조차 청문회장 밖에서 기자회견을 이어가는 등의 최근의 행보가 이런 비판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 기자회견이 반복될수록 국민이 기억하는 것은 정책 비전이 아니라 누가 공격 대상이 되었는가 하는 장면들이다.

당대표, 법무부 장관, 윤석열 정부의 핵심 실세. 한동훈의 정치 이력은 짧지만 화려하다. 지금도 그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거론된다. 그렇기에 국민이 그에게 기대하는 기준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대권주자는 지지층의 박수만 받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바라보아야 하는 사람이다.

정치에서는 비판도 필요하고 때로는 치열한 공방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얻고자 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인가, 아니면 지지층의 환호인가.

양수진 씨의 인터뷰를 보며 다시 생각했다. 정치인은 다음 기자회견을 준비하지만, 이름이 불린 개인은 그 이후의 삶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공인의 말은 무거워야 한다. 특히 권력을 가졌거나 더 큰 권력을 꿈꾸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한동훈이 앞으로 증명해야 할 것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을 함부로 무너뜨리지 않는 절제력이다. 검사는 범죄자를 찾으면 되지만, 대통령은 국민을 품어야 한다. 국민은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공격했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의 신뢰를 얻었는가를 기억한다. 그 누구라도 대권주자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승리의 길이 아니라 품격의 길 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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