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기 거버넌스 2일 전

‘피터팬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고 전경철씨, 이른바 ‘피터팬 아빠’의 죽음은 발달장애인 돌봄을 한 가족의 희생만으로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한 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으로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그가 평생 짊어졌던 돌봄의 무게를 왜 가족 한 사람에게 맡겨야 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은 아이가 부모보다 오래 살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때인지 모른다.

어릴 때는 잘 키우는 것이 걱정이다. 학교에 다니면 교육과 치료가 걱정이고, 성인이 되면 일할 곳과 하루를 보낼 공간을 찾아야 한다. 부모가 늙어가면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내가 먼저 떠나면 이 아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는 생애주기별 돌봄을 강화하고 최중증 발달장애인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말 돌봄과 성인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서비스 확대도 중요한 변화다.

하지만 국가책임제의 진짜 시험대는 부모가 살아 있을 때가 아니라 부모가 사라진 뒤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병원에 가야 할 때 누가 도울 것인가. 갑자기 아프거나 위급한 일이 생기면 누가 대응할 것인가. 부모가 마련해준 집을 떠나야 한다면 어디에서 누구와 살아갈 것인가. 돈을 관리하고 이웃과 관계를 맺는 일은 누가 함께할 것인가.

국가의 책임은 바로 이런 순간에 드러난다.

그러려면 돌봄 인력부터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려면 충분한 교육과 경험이 필요하다. 낮은 처우와 높은 업무 부담을 그대로 둔 채 인력 숫자만 늘려서는 오래가기 어렵다.

돌봄 노동자의 안전도 빼놓을 수 없다.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무조건 ‘문제행동’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지만, 돌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겨서도 안 된다. 장애인과 돌봄 노동자를 함께 보호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학교를 졸업한 뒤의 삶도 달라져야 한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에게 하루를 보낼 공간 하나를 마련해주는 것만으로 자립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일할 수 있다면 일할 기회를 얻고,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다면 주거와 이동의 선택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일이라도 자신의 역할을 갖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중증 발달장애인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자립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부모가 평생 유일한 보호자로 남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모의 삶과 자녀의 삶을 조금씩 분리해가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가정에서는 부모가 직장을 포기하고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면서 자녀를 돌보는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여유도 뒤로 미뤘다. 그러다 부모가 늙거나 병들면 가족 전체가 위기에 놓인다.

이제 부모에게 “조금만 더 힘내달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발달장애인의 삶에도 평범한 일상이 필요하다. 배우고, 일하고, 집에서 살고, 병원에 가고, 이웃을 만나며 동네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상이다. 필요한 서비스를 각각 늘리는 것 못지않게 그 삶이 중간에 끊어지지 않도록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회적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길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발달장애인을 불편한 존재로 바라본다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어렵다. 보호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우리와 같은 동네에서 살아가는 시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고 전경철씨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결국 하나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발달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인가.

‘피터팬 아빠’의 비극을 애도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한 아버지가 짊어졌던 무게를 또 다른 부모에게 넘기지 않는 것, 그것이 남은 사회의 책임이다.

부모의 사랑을 국가가 대신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모의 사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구조를 바꾸자는 이야기다.

발달장애인의 삶을 부모의 희생으로 지탱하는 사회에서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사회로. 진정한 ‘돌봄 국가책임제’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녀의 삶이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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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P · 13시간 전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