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은 타협 없는 원칙과 솔직함,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번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노무현의 필사'라 불리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집필한 <노무현평전>이 출간된 지 한 달이 지났네요. 900쪽이 넘는 책의 무게와 두께 때문에 정자세로 읽을 수밖에 없는데, 워낙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서술로 인해 빠르게 노무현의 삶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한 인간이 감당해야 했던 시대의 무게와 그 쓸쓸한 퇴장, 20여 년 과정을 지켜보며 아팠던 기억들에 책을 덮은 며칠 후까지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책은 어린 시절부터 인간 노무현의 성장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합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그의 ‘지나친 솔직함’을 보여주는 일화들이었고, 이는 노무현이란 사람을 이해하는 키워드였습니다. 안정된 삶을 누리던 변호사 시절, 부림사건 피해자들을 만나며 인생의 큰 변곡점을 맞이한 그는 민주화 운동에 온몸을 던졌습니다. 1988년 정계에 입문한 뒤 청문회 스타로 주목받았지만, 정치적 야합과 꼼수를 거부하며 '바보'처럼 번번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러나 그 우직함은 결국 2002년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대통령 당선이라는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재임 기간 그가 보여준 리더십은 당장의 정치적 이득이 아닌 오직 국익과 대의만을 바라보는 여정이었습니다. 평전이니만큼 재임기간 중 국가적 과제를 대하는 노무현의 원칙과 결정하기까지 고뇌의 날들을 세세히 조명합니다.
그 중 인상적인 부분은 먼저 이라크 파병을 맞닥뜨려 미국과의 절대불리한 관계 속에서도 최대한 국익을 수호하려 애쓴 점, 특히 국민에게 정직하게 상황을 설명한 점입니다. 원칙적이고 정직한 리더 노무현의 모습이 잘 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당시 여야 모두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던 한미FTA 협상은, 미래를 내다보는 신념 하나로 반대를 무릅쓰고 내린 국가적 결단이었음이 시간이 흐르며 증명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 북핵 문제, 여러 사회적 갈등, 행정수도 이전 등 굵직한 난제 앞에서도,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도 결코 회피하지 않고 원칙 있는 해결을 모색했습니다.
특히 대연정 구상은 국민대통합과 미래적 정치지형을 구축하기 위한 대통령의 전향적 구상이었으나 여야 모두에게 외면받으며 외로운 길을 걸었습니다. 그 구상이 조금이라도 현실에서 과실을 맺었더라면 지금 우리의 정치지형은 달라져 있지 않을까요?
퇴임 후 닥친 무도한 탄압 속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노무현이 품고 구현하고자 했던 국가적 명제들은 이후 우리 사회를 진일보시키는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10년에 걸쳐 평전 작업을 마무리한 저자 윤태영이 곁에서 지켜보고 기록한 노무현의 공적·사적 삶은 그가 왜 지금까지도 최고의 대통령으로 기억되는지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평전을 읽는 것은 우리가 어떤 세상을 이루어나갈지 계속해서 묻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는 어찌 보면 너무 앞서간 탓에 당장의 꿈을 완전히 다 이루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을 송두리째 던져 한국 정치를 바꾸고자 했던 그의 행동과 인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모범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평전은 또한 한 정치인의 일대기와 사회적 지향성을 묻는 일을 넘어서, ‘올곧고 자존감 있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깊은 질문도 던집니다. 비루한 타협 없이 정도를 걸었던 그의 삶을 통해 늘 지향해야 할 참된 인간의 모습을 다시금 가슴에 새기게 됩니다. 영원한 나의 대통령, 그립습니다.